고립되지 않았어도 외로운 사람이 더 많았고 둘이 겹치면 우울감이 가장 컸다
가라앉는 기분이 이어지면 주치의나 보건소 상담부터
가족과 한집에 살고 동네 모임에도 빠지지 않는데 마음이 텅 빈 듯하다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한국리서치의 분석을 보면 전국 만 60~74세 가운데 4명 중 1명 넘게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 위험이 높은 상태로 나타났다. 다만 곁에 사람이 없는 상태와 외롭다고 느끼는 상태는 서로 다른 문제이고, 마음 건강에 미치는 모습도 달랐다.
6,000명 조사에서 27%가 고위험군
분석의 바탕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기획하고 한국리서치가 맡아 진행한 “한국 어르신의 일과 삶 패널” 2024년 1차 조사다. 전국 만 60~74세 남녀 6,000명이 응답했고, 연말 나올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한국일보 7일자 칼럼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천재영 팀장과 한국리서치 최광선 본부장이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진은 외로움·사회적 고립 척도(LSIS, 외로움과 관계 상태를 함께 재는 설문 도구)를 썼다. 스스로 느끼는 외로움, 어려울 때 기댈 사람이 있는지를 보는 사회적 지지, 만나고 연락하는 사람의 폭을 보는 사회적 관계망을 2문항씩 물었다. 외로움 문항으로 외로움 고위험군을, 지지와 관계망 문항으로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을 나눴다.
전체 응답자의 27.0%가 두 고위험군 중 하나 이상에 들었다. 외로움만 해당하는 사람이 16.6%, 사회적 고립만 해당하는 사람이 6.9%, 두 가지가 겹친 복합 고위험군이 3.5%였다. 관계망은 갖췄는데 외롭다고 답한 사람이 고립된 사람보다 두 배 넘게 많았다는 뜻이다.
외로움과 고립은 다르다
최근 2주 동안의 우울감 점수는 복합 고위험군이 평균 3.41점으로 가장 높았다. 고립만 겪는 집단은 위험이 없는 집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반면, 외로움을 겪는 집단은 점수가 뚜렷하게 높았다. 가벼운 우울 이상으로 분류된 비율도 복합 고위험군 24.8%, 외로움 고위험군 22.7%로 나머지 집단보다 높았다.
술과 잠, 식사에서도 차이가 났다. 복합 고위험군은 10.5%가 위험 음주, 4.8%가 사용 장애(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술에 기대는 상태) 수준이었고, 외로움 고위험군도 9.2%가 위험 음주에 해당했다. 고립 고위험군의 위험 음주 이상 비율은 4.6%로 가장 낮았다. 수면의 질은 복합 고위험군이 가장 나빴고 끼니를 규칙적으로 챙기는 점수도 낮은 편이었다.
이 결과는 패널 조사 첫해 자료에서 여러 특성이 함께 관찰됐다는 것이지, 외로움이 우울이나 음주의 원인이라는 증거와는 별개다. 몸이 아파 밖에 나가기 어려워지면서 외로움이 커졌을 가능성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도, 자녀와 사는 사람도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외로움 고위험군 31.0%, 복합 고위험군 10.5%로 가구 형태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가족과 산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어서,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에서도 외로움 고위험군이 24.4%에 이르렀다. 동 지역은 외로움 고위험군이 17.5%였고, 읍면 지역은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 8.1%, 복합 고위험군 4.6%로 나타났다. 필자들은 도시에서는 외로움이, 농어촌에서는 고립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고 봤다.
일과 바깥 활동 여부도 맞물려 있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중 외로움 고위험군은 19.0%였고, 사회참여 활동이 없는 사람 중 고립 고위험군은 10.6%였다. 복합 고위험군은 사회참여를 하지 않는 까닭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34.1%), “건강이 좋지 않아서”(30.6%)를 주로 들었다.
필자들은 관계가 끊기지 않은 사람에게도 외로움이 찾아올 수 있으므로, 고립된 사람을 찾아내는 데서 그치지 말고 관계가 얼마나 깊은지와 본인이 느끼는 외로움까지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확인하고 물어볼 곳
외로움은 밖에서 보기에 잘 티가 나지 않는다. 기분이 처지는 날이 길어지거나 술자리가 잦아지고 잠과 끼니가 흐트러졌다면 주치의나 가까운 보건소에 마음 건강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가족은 같은 집에 사는지보다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는지를 들여다보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몸이 걱정돼 외출을 꺼리는 어르신이라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결과를 가지고 주치의와 건강 상태를 먼저 확인해보는 방법이 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술과 함께 먹어도 괜찮은지 약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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