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뒤 보람 있는 일을 찾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시급만큼 체력과 건강, 경험을 살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노인일자리 지원기관과 시니어클럽, 고용24에서 상담부터 받아볼 수 있다

은퇴 뒤 집에서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듬해 최저임금 논의가 뉴스에 오르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사람은 자연히 시급부터 따져 보게 된다. 다만 시급이 일자리를 고르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며, 어르신에게는 몸에 무리가 없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인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오랜 경험이 쓰이는 자리는 생각보다 넓다

최저임금은 구직할 때 중요한 기준선이다. 그러나 어르신이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경력과 생활 속 요령은 시급만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강점이 될 수 있다. 손님을 맞는 따뜻한 태도, 서류를 꼼꼼히 정리하는 습관, 한 분야에서 익힌 숙련 기술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강점은 사람을 직접 응대하는 서비스 일, 세심함이 필요한 행정 보조,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르치는 강사 활동 등에서 쓰일 여지가 있다. 젊은 직원이 서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하는 능력도 현장에서 쓸모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가장 잘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를 먼저 따져 보는 편이 일자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이 곧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몸을 많이 쓰거나 정신적 압박이 큰 일은 처음 의욕과 달리 금방 지칠 수 있다. 적당히 움직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고르는 것이 길게 보면 유리하다.

일의 형태도 여러 가지다. 앉아서 하는 사무 보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담이나 안내, 손으로 만들거나 가꾸는 일 등이 있고, 일주일에 며칠만 나가거나 하루 몇 시간만 일하는 자리도 있다. 규칙적인 생활과 사람과의 교류가 활력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해야 한다는 뜻과는 별개다.

지병이 있거나 가족이 걱정한다면 천천히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오래 관리가 필요한 지병)이 있는 어르신은 근무 시간과 강도를 먼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많은 일을 맡기보다 짧은 시간으로 시작해 몸 상태를 보며 조금씩 늘리는 방법이 있다. 충분한 휴식 시간이 보장되는지도 미리 물어 두는 것이 좋다.

가족과의 상의도 빼놓기 어렵다. 하고 싶은 일과 현재 건강 상태를 솔직하게 나누고 가족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놓친 점이 드러날 수 있다. 가족이 건강을 이유로 반대한다면 밀어붙이기보다 근무 조건을 함께 살펴보며 절충점을 찾는 편이 낫다.

혼자 찾기보다 상담 창구부터

일자리 정보는 혼자 찾기보다 전문 기관을 거치는 편이 수월하다. 지역마다 있는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은 어르신 대상 상담과 일자리 연결을 돕고, 시니어클럽은 지역에서 여러 노인 일자리 사업을 운영한다. 방문이나 전화로 어떤 사업이 있는지, 자신의 특기를 살릴 자리가 있는지 물어볼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다면 정부가 운영하는 고용24(옛 워크넷)에서 시니어 일자리를 검색해 볼 수 있다. 사용이 어렵다면 자녀나 손주의 도움을 받거나 가까운 고용센터, 노인복지관에 문의하는 방법도 있다. 상담 때는 근무 요일과 시간, 업무 강도, 휴식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