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뒤에도 경험을 살려 일하려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일자리를 고르는 기준은 경력보다 체력과 생활 형편에 가깝다
시니어클럽 같은 지원기관 상담과 가족 상의부터 차례로 밟는 것이 좋다

퇴직하고 몇 달이 지나면 “다시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수십 년 쌓은 경력과 삶의 지혜는 젊은 세대가 쉽게 갖기 어려운 자산이고, 이를 살릴 수 있는 일터를 찾는 사람도 많다. 다만 경력이 많다고 곧바로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을 고르는 첫 기준은 경력이 아니라 지금의 건강과 생활 형편이라는 점을 놓치기 쉽다.

돈벌이를 넘어선 일의 의미

어르신이 다시 일을 찾는 이유는 소득만이 아니다.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보람, 새로운 사람과 어울리는 즐거움, 하루를 규칙적으로 보내는 생활의 리듬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일자리를 찾는 경우에는 급여 액수보다 일의 성격과 근무 방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사회가 빠르게 바뀌어도 오랜 현장 경험과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는 여러 일터에서 쓰임새가 있다. 다만 경험이 쓰임새가 있다는 것과 그 경험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은 다르다. 예전 직장과 같은 업무, 같은 대우를 기대하기보다는 경험의 어느 부분을 살릴 수 있을지 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일자리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몸 상태다. 일이 보람차더라도 무리가 쌓여 건강을 해치면 오히려 생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오래 서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보다 앉아서 하는 일,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일이 체력 부담을 덜 수 있다.

막상 시작한 뒤 몸이 버겁다고 느껴지면 억지로 이어가기보다 다른 일을 찾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처음부터 짧은 시간 근무로 시작해 몸이 적응하는지 지켜보는 방법도 있다. 지병이 있거나 약을 꾸준히 먹는 어르신이라면 주치의에게 어느 정도 일이 괜찮은지 미리 물어볼 필요가 있다.

상담 창구는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구인 공고를 뒤지기 어렵다면 동네의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이나 시니어클럽을 찾는 것이 좋다. 이런 곳에서는 어르신의 경력과 건강 상태를 함께 따져 맞는 일자리를 연결해 주고, 면접 준비 같은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아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일자리 정보 사이트 워크넷에서는 전국의 구인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고,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도 따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이 어렵다면 자녀나 손주의 도움을 받거나 대표 전화(1577-7114)로 문의하는 방법도 있다.

결정 전에 가족과 상의하고 물어볼 것

새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가족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출퇴근 거리와 근무 시간은 감당할 만한지,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함께 짚어 보면 판단이 한결 분명해질 수 있다. 가족의 지지는 일을 오래 이어가는 데에도 힘이 된다.

상담 창구를 찾을 때는 하루 근무 시간과 주당 근무 일수, 일의 강도, 급여와 계약 기간, 교육 지원 여부를 미리 물어 두는 것이 좋다. 가까운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이나 시니어클럽 상담 창구에 경력과 건강 상태를 함께 알리고 맞는 일자리를 문의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