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의 가치와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은 따로 따져야 한다
자신의 강점과 건강 상태를 정리한 뒤 시니어클럽·고용센터에 상담을 청하는 것이 순서다
퇴직하고 몇 해가 지나면 “아직 일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생활비에 보탤 꾸준한 수입이 필요하다는 현실이 함께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 일한 경력이 곧바로 일자리로 이어진다고 여기는 것은 흔한 오해로, 경력의 가치와 지금 몸에 맞는 일은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랜 사회생활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요즘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리면서, 나이 든 사람의 경험은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도 함께 나온다. 수십 년 사회생활을 거친 어르신은 일을 꼼꼼히 챙기는 습관,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요령, 뜻밖의 문제를 수습하는 판단력을 몸에 익힌 경우가 많다. 이런 능력은 짧은 기간에 배우기 어려워 일터에서 쓸모가 클 수 있다.
일하는 것은 수입을 얻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에 다시 보탬이 된다는 보람, 규칙적인 생활에서 오는 활력도 함께 따라올 수 있다. 다만 이런 효과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즐겁게 일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력의 가치와 몸에 맞는 일은 다르다
일자리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따질 것은 보수의 많고 적음보다 건강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하는 일이 맞는지, 몸을 움직이는 일이 맞는지, 하루 몇 시간 정도가 적당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본인이므로, 예전에 잘하던 일이라도 지금 체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오래 관리해야 하는 병)이 있는 어르신은 더 신중해야 한다. 욕심을 내 무리한 일을 맡기보다 건강을 지키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고르는 편이 오래 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하는 시간을 짧게 시작해 차츰 늘려 가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하다.
먼저 자신의 강점을 적어 보는 일부터
무작정 구인 공고부터 뒤지기보다 지금까지 무엇을 잘해 왔는지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남을 돕는 일에서 기쁨을 느꼈는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데 재주가 있었는지, 컴퓨터를 다루는 것을 즐겼는지를 떠올려 종이에 적어 보면 방향이 잡힐 수 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겹치는 곳에서 일을 찾으면 오래 이어 가기도 쉽다.
새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배우자나 자녀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본인의 생각과 건강 상태를 가족과 공유하고 의견을 들으면, 일을 시작한 뒤에도 든든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라면 자녀나 손주의 도움을 받아 일자리 정보를 함께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혼자 찾기 어렵다면 어디에 물을까
혼자 알아보기 막막할 때는 공공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까운 시니어클럽이나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지역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을 맡아 운영하는 곳)을 찾아가면 상담을 거쳐 본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소개받을 수 있다. 헛걸음을 줄이려면 방문 전에 전화로 상담 가능한 시간과 준비할 것을 미리 물어보는 편이 낫다.
인터넷을 쓸 수 있다면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누리집 고용24(옛 워크넷)에서 구인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다만 화면으로 정보를 찾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듣는 쪽이 편한 어르신도 많으므로, 지역 고용센터나 노인복지관 상담 창구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좋다. 상담에 앞서 정리해 둔 강점 목록과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 피해야 할 작업을 메모해 가면 더 알맞은 일을 소개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