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뒤에도 일하며 보람을 찾으려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경력의 가치와 몸에 맞는 일자리 조건은 따로 따져야 한다
강점 정리, 기관 상담, 가족 논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퇴직하고 몇 달이 지나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을까”라는 물음을 품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정년 연장 논의가 자주 오르내리고, 오래 쌓은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다시 보는 분위기도 생겼다. 다만 경험이 값지다는 말이 곧 원하는 일자리가 저절로 생긴다는 뜻은 아니어서, 스스로 강점을 정리하고 조건을 따져 보는 준비가 함께 필요하다.

오래 쌓은 경력, 사회가 다시 찾는 이유

예전에는 일자리 이야기가 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뤄졌지만, 사회가 늙어 가면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어르신이 오랜 경력에서 얻은 통찰력, 위기를 다뤄 본 감각, 사람을 아우르는 리더십은 짧은 기간에 익히기 어려운 능력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사람처럼 판단하도록 만든 컴퓨터 기술) 같은 새 기술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쌓은 판단력이나 사람 사이를 조율하는 능력은 기계로 대신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자신의 경력을 쓸모없다고 단정하기보다 어떤 쓰임이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험의 가치와 일자리 조건은 다르다

경력이 소중하다는 것과 그 경력에 맞는 일을 지금 바로 구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출발점은 자신이 무엇을 잘했고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웠는지 되짚어 보는 일이다. 직장 경력뿐 아니라 오래 이어 온 취미와 특기, 이웃을 도우며 보람을 느낀 경험도 경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예컨대 오랫동안 살림을 꾸려 온 어르신이라면 생활 노하우를 살리는 일을, 손재주가 좋은 어르신이라면 공예나 옷 수선 같은 일을 찾아볼 수 있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작은 일부터 시작해 감각을 되살리는 방식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건강 조건도 따로 따져야 한다. 오래 서 있거나 힘을 많이 쓰는 일보다 앉아서 하는 일,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는 일,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파트타임(시간제 근무) 일이 몸에 무리를 덜 줄 수 있다. 일을 시작한 뒤에도 정기 건강검진과 가벼운 운동으로 몸 상태를 살피는 것이 좋다.

혼자 찾기 어렵다면 기관 상담을

정보를 혼자 모으기 버거운 어르신이라면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수월할 수 있다. 시니어클럽(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은 지역 봉사형 활동부터 기업과 연계한 일자리까지 어르신에게 맞는 일을 연결하고 상담한다. 가까운 위치는 주민센터나 구청에 물어보면 알 수 있다.

정부가 운영하던 일자리 사이트 워크넷은 현재 고용24로 합쳐져, 여러 직종과 근무 조건의 구인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낯설다면 자녀나 노인복지관에 도움을 청해 함께 검색하는 방법도 있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는 직업상담사가 경력과 건강 상태를 함께 보고 일자리를 권하며, 취업 교육 프로그램도 이어 준다.

시작 전 가족과 따져 볼 것

새 일을 고르기 전에는 가족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필요한 생활비나 용돈이 어느 정도인지, 일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어떻게 나눌지를 미리 정해 두면 시작 뒤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가족의 이해와 지지는 낯선 일에 도전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당장 일자리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강점과 원하는 근무 조건을 종이에 적어 두는 것부터 할 수 있다. 그 메모를 들고 가까운 시니어클럽이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고용24, 노인복지관에 상담을 요청하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