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뒤 배달·돌봄처럼 원하는 만큼 일하는 자리를 찾는 어르신이 많아지고 있다
일감을 구하는 일과 다치지 않고 오래 일하는 일은 별개다
몸 상태와 일의 위험을 먼저 살핀 뒤 시니어클럽·고용센터에 상담할 필요가 있다

퇴직 후에도 몸을 움직여 생활비를 보태려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정해진 직장에 매이지 않고 원하는 시간만 일하는 배달, 방문 돌봄, 손기술을 살린 짧은 일감이 그 수요를 받아내는 대표적인 자리다. 다만 “일할 곳만 구하면 된다”고 여기기 쉽지만, 이런 새로운 방식의 일자리는 아직 일하는 사람을 지켜 줄 안전 장치가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짧게 나눠 일하는 시대, 경험은 무기지만 보호는 약하다

과거에는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요즘은 건마다 돈을 받는 배달이나 집을 찾아가는 돌봄, 건물 관리처럼 일을 잘게 나눠 맡는 형태가 흔해졌다. 오랜 사회생활로 다진 성실함과 사람을 대하는 요령은 이런 일터에서 충분히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력이 길다는 것과 사고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다르다. 소속이 분명하지 않은 일일수록 안전 교육과 보호 장비, 쉬는 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직접 챙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따져 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배달과 돌봄은 조심할 점이 다르다

택배나 음식 배달처럼 운전을 해야 하는 일은 교통사고 위험이 따른다. 서두르지 않는 운전을 원칙으로 삼고, 감당하기 버거운 물량이나 무리한 배정은 받아들이지 않는 판단이 필요하다. 돌봄이나 시설 관리 일은 넘어지거나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잦은 편이어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무거운 짐을 혼자 들어 올리는 동작은 피하는 것이 낫다.

어떤 일이든 가장 먼저 점검할 대상은 자기 몸이다. 지병이 있는지, 그날의 컨디션은 괜찮은지 살피고 몸에서 오는 이상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아야 한다. 틈틈이 앉아 쉬거나 몸을 풀어 주는 시간도 일의 한 부분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안전 대책이 없거나 나이와 건강을 배려하지 않는 요구를 하는 곳이라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혼자 찾기 어렵다면 기관의 도움을

일자리 정보를 혼자 모으기 벅찬 어르신은 전문 기관을 통하는 길이 있다. 노인일자리 지원기관과 시니어클럽은 어르신의 능력과 건강에 맞춰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이어 주고 필요한 교육도 함께 제공한다. 카페에서 일하는 시니어 바리스타, 지역 돌봄 도우미, 학교 급식 보조 같은 자리가 흔히 연결되는 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24(예전 워크넷, 정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누리집)에서는 전국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다면 가까운 고용센터에 가서 직원의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이력서 작성과 면접 준비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입이 당장 급하지 않다면 자원봉사센터를 통한 봉사활동이 사회와 계속 이어지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족과 의논하고 미리 물어볼 것

일을 할지 말지는 어르신 혼자 정할 문제만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과 걱정되는 부분을 가족과 솔직하게 나누면 건강이나 출퇴근 거리처럼 지나치기 쉬운 점을 같이 살필 수 있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가족과의 시간이 줄고, 집에만 있으면 활력이 떨어질 수 있어 근무 시간과 취미, 집안에서의 역할 사이에 알맞은 균형을 정해 둘 필요가 있다.

일을 맡기 전에는 하루 몇 시간 일하는지, 쉬는 시간이 있는지, 안전 교육과 장비를 주는지, 다쳤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맞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시니어클럽이나 노인복지관, 고용센터(고용24),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먼저 문의해 상담을 받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