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논의 속에 퇴직과 연금 사이 수입 공백을 걱정하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직장 이력뿐 아니라 살림과 이웃 관계에서 익힌 능력도 경력으로 볼 수 있다
경험을 글로 정리한 뒤 시니어클럽·고용24에서 맞는 일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퇴직을 앞둔 어르신이나 이미 일을 놓은 어르신 사이에서 “다시 일할 자리가 있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년 연장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단계적으로 늦춰지면서, 회사를 나온 뒤 연금을 받기 전까지 수입이 끊기는 기간을 염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만 재취업을 젊은 층처럼 자격증과 학력으로 겨루는 일로만 여기는 것은 흔한 오해다.

긴 세월의 경험은 그 자체로 자산이 된다

수십 년 일하고 살아오며 쌓은 경험은 짧은 기간에 만들기 어려운 강점으로 꼽힌다. 직장에서 어려운 일을 풀어낸 경험, 동료와 호흡을 맞춰 본 기억은 물론이고, 집안 살림을 꾸리며 익힌 요령과 이웃과 지내며 다져 온 대화 능력도 일터에서 쓰임을 찾을 수 있다.

일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도 한 가지가 아니다. 생활비를 보태려는 목적과 함께 하루의 리듬과 보람을 되찾고 싶어 하는 어르신도 많다. 다만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과 곧바로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별개다. 경험을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풀어 쓰고, 그 경험을 필요로 하는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따로 있어야 한다.

경험을 정리하는 일과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다르다

출발점은 그동안 해 온 일과 겪은 일을 종이 위에 적어 보는 것이다.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 어떤 어려움을 풀었는지, 언제 가장 뿌듯했는지를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의 방향이 보일 수 있다. 하찮아 보이는 경험도 적어 두면 이력서와 면접에서 꺼내 쓸 이야깃거리가 된다.

정리를 마쳤다면 혼자 발품을 팔기보다 도움을 주는 기관을 찾는 편이 효율적이다. 행정복지센터(옛 동사무소)나 구청에 문의하거나 노인일자리 지원기관, 시니어클럽을 찾아가면 어르신 형편에 맞는 일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다. 이런 곳에서는 이력서 쓰는 법과 면접 준비를 돕고 새 기술을 익히는 교육도 소개한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면 정부의 고용24(옛 워크넷)에서 시니어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고, 기기가 낯설다면 자녀나 손주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몸 상태와 형편에 따라 맞는 일은 달라진다

새로운 일을 고를 때 먼저 따질 것은 건강이다. 처음부터 오랜 시간 일하기보다 하루 4~5시간 남짓의 가벼운 일이나 취미와 이어지는 봉사, 재능기부(가진 기술이나 지식을 대가 없이 나누는 활동)로 시작하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하는 동안에도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를 쌓아 두지 않는 습관을 함께 챙길 필요가 있다.

당장 수입이 급한 어르신과 사회 참여나 보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어르신은 찾아야 할 일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 지병이 있거나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면 근무 시간과 업무 강도부터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건강하고 전문 분야가 분명한 경우라면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알아볼 여지가 있다.

가족과 의논하고 기관에 물어볼 것

새 일을 정할 때는 홀로 결정하기보다 배우자, 자녀와 충분히 상의하는 과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계획을 털어놓고 가족의 생각을 들으면 놓치기 쉬운 위험을 미리 걸러 낼 수 있다. 서로의 뜻을 존중하며 함께 고민하면 어르신에게 맞는 길을 찾기도 수월해진다.

일자리와 지원 제도는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리한 경력 메모를 챙겨 가까운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고용센터를 찾아 근무 시간과 조건, 교육 과정을 묻고, 고용24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안내에서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을 살펴보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