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는 일과 보람·건강을 지키는 일은 기준이 다를 수 있어
자신의 강점과 몸 상태를 먼저 따져 보고 전문 기관 상담으로 이어 갈 필요
최저임금 소식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은퇴한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다시 일해 볼까”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오랜 경력과 생활의 지혜를 어디에 쓸 수 있을지는 많은 이들이 함께 품는 물음이다. 다만 노년의 일자리를 시급 하나로만 저울질하면 오래 즐겁게 다닐 수 있는 자리를 지나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익숙한 일부터 새로 생긴 일까지
한때는 은퇴하면 집에서 쉬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로 여겨졌다. 그러나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어르신의 경험을 찾는 자리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경비나 미화처럼 잘 알려진 일 말고도 어린이집 보조 교사, 박물관 해설사 같은 일자리가 있다.
비교적 새로운 분야도 있다. 노노케어(건강한 어르신이 돌봄이 필요한 다른 어르신을 살피는 일),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을 어려워하는 사람을 가르치는 디지털 강사가 대표적이다. 관심사와 체력에 맞춰 고를 수 있는 폭이 예전보다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돈을 버는 일과 보람을 찾는 일은 다르다
임금은 생활을 꾸리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노년의 일에는 사회에 다시 보탬이 된다는 느낌, 하루의 리듬을 되찾는 의미도 함께 담긴다. 같은 자리라도 무엇을 기대하고 시작했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갈릴 수 있다.
그래서 일자리를 고르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젊을 때 잘했던 일, 유난히 보람을 느낀 경험,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분야를 차례로 떠올려 보는 식이다. 손으로 만드는 일을 즐겼다면 공방 보조나 문화센터 강사를, 사람과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했다면 상담이나 안내 업무를 후보로 둘 수 있다.
컴퓨터가 서툴다고 해서 선택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직접 마주하며 마음을 나누는 일,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처럼 어르신의 감각이 쓰이는 일은 여전히 적지 않다.
전일제보다 시간제가 맞는 사람도 있다
일을 고를 때 맨 앞에 둘 기준은 건강이다. 수입을 늘리려 무리하기보다 하루 몇 시간, 주 며칠만 일하는 시간제(파트타임) 자리가 오히려 오래 일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집에서 가깝거나 대중교통으로 오가기 쉬운 일터를 고르는 것도 몸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법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오래 관리가 필요한 병)이 있는 어르신이라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업무 강도와 근무 시간이 지금 몸 상태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건강에 큰 걱정이 없고 활동을 즐기는 편이라면 낯선 분야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가족과 나누는 대화도 중요하다. 어떤 일을 왜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이어 갈지를 배우자나 자녀와 터놓고 이야기하면 결정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가족이 걱정한다면 건강을 우선하고 무리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함께 보여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혼자 찾기보다 상담 창구부터
혼자서 일자리를 찾다 보면 막막함에 지치기 쉽다. 지역의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이나 시니어클럽은 어르신 재취업을 돕는 곳으로, 상담을 거쳐 알맞은 일자리를 소개하고 필요하면 교육과 훈련까지 연결해 준다. 연락처를 모른다면 가까운 주민센터에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인터넷에 익숙하다면 고용노동부의 구인구직 누리집인 고용24(옛 워크넷)에서 중장년·시니어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다. 화면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자녀나 손주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가까운 고용센터를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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