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뒤 다시 일터를 찾는 어르신이 늘었지만 무리한 일로 건강을 해치는 사례도 있다
수입만 보는 일과 건강 상태에 맞춰 경험을 살리는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근무 시간과 몸의 부담부터 따지고 주민센터나 시니어클럽에 상담을 청해 볼 만하다

은퇴한 뒤에도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오랜 경력과 삶의 지혜를 살리고 생활비에도 보탬이 되니 일자리를 찾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다만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 자체가 곧 건강하고 보람 있는 노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어떤 조건으로 하느냐에 따라 일이 활력이 될 수도, 몸에 짐이 될 수도 있다.

밤샘 운전과 고된 노동, 일자리 고를 때 먼저 걸러야

뉴스에서는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을 하다 건강을 해치거나 사고를 당한 어르신의 소식이 종종 전해진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운전, 힘을 많이 쓰는 노동 중에 다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례가 있다고 해서 해당 직종이 모든 어르신에게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자리를 고를 때 먼저 살펴야 할 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일자리를 살필 때는 급여보다 근무 조건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 밤샘 근무인지, 몸을 많이 쓰는 일인지,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일인지를 따져 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일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힘에 부칠 것 같다면 처음부터 피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돈만 보는 일과 경험을 살리는 일은 다르다

일자리의 값어치는 수입만으로 가늠되지 않는다.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 건강을 지키며 일하는 생활도 중요한 기준이다. 수입이 조금 많다는 이유로 무리한 일을 택하는 것과 형편에 맞는 일을 꾸준히 이어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선택이다.

경력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일로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후배에게 조언하고 지식을 나누는 멘토(경험을 전해 주는 조언자), 전화로 민원을 안내하는 콜센터 상담원, 간단한 서류 정리나 사무 보조 등이다. 예전에는 어르신의 일로 잘 떠올리지 않던 분야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모집 조건과 업무 내용은 곳마다 다를 수 있어 지원 전에 하나씩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게 맞는 일인지, 건강 상태와 가족 의견으로 가늠

가벼운 일이 잘 맞는 경우는 체력에 자신이 없거나 지병이 있는 어르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소일과 보람을 함께 찾으려는 어르신이다. 반면 같은 일이라도 사람마다 부담은 다르다. 앉아서 하는 일이 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 앉아 있거나 전화 응대를 이어 가는 일이 오히려 힘든 사람도 있어, 직종 이름만으로 쉬운 일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치료 중인 병이 있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혼자 결정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할지 배우자나 자녀와 미리 이야기를 나누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위험을 짚어 볼 수 있다. 가족의 이해와 응원은 일을 이어 가는 데 힘이 되고, 뜻밖의 어려움이 생겼을 때 기댈 곳도 된다. 다만 가족의 의견만 따르기보다 어르신 본인이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전해야 후회가 적은 결정에 가까워질 수 있다.

주민센터·시니어클럽·고용24, 어디에 물어볼까

혼자 일자리를 찾기 막막하다면 공공 창구를 활용할 수 있다. 지역의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은 어르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 주고 상담도 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가까운 주민센터에 물으면 안내받을 수 있다.

시니어클럽(어르신의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돕는 기관)에서는 물건을 만들거나 동네 환경을 정화하고 경로식당 운영을 돕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건강을 지키면서 보람을 찾으려는 어르신이 먼저 살펴볼 만한 곳이다. 온라인으로 찾으려면 고용 정보 사이트인 고용24(옛 워크넷)가 있다. 젊은 층이 주로 쓰는 곳이지만 어르신 일자리 정보도 올라오며,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다면 자녀나 손주의 도움을 받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상담을 받을 때는 근무 시간과 야간 근무 여부, 몸을 쓰는 정도, 쉬는 시간, 이동 거리를 구체적으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 내용을 미리 적어 가까운 주민센터, 시니어클럽, 고용센터 중 한 곳에 먼저 문의하면 일자리를 고르는 기준을 세우기가 한결 쉬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