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 온 경험의 가치와 실제 채용 여부는 별개다
경험을 정리한 뒤 건강·가족 상의와 기관 상담부터 확인
은퇴한 뒤 달력의 빈칸을 바라보며 “다시 일할 수 있을까”를 떠올리는 어르신이 있다. 내세울 만한 직함이 없다는 이유로 구직을 망설이기도 한다. 다만 경험이 곧 직장 경력이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에 가깝다. 살림과 봉사, 취미처럼 이력서에 잘 오르지 않는 일도 새 일자리를 찾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직장 밖에서 쌓은 경험도 살펴볼 만하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기업과 자영업자 모두 힘든 시기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때 일자리를 찾는 일이 더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오랜 세월 몸에 밴 책임감과 끈기, 사람과 상황을 읽는 눈은 짧은 기간에 갖추기 어려운 자산으로 꼽힌다.
돌아볼 대상은 직장 경력에 그치지 않는다. 자녀를 키우며 익힌 살림 노하우, 이웃을 도운 봉사활동, 오래 즐겨 온 취미까지 차분히 적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해 왔는지 글로 정리해 두면 상담 자리에서 자신을 설명하기도 한결 수월할 수 있다.
일의 의미를 수입으로만 재지 않는 어르신도 있다. 경험을 나누며 사회에 보탬이 되고 보람을 찾으려는 경우라면, 맡을 수 있는 역할을 더 넓게 살펴볼 여지가 있다.
경험의 가치와 채용 여부는 다르다
경험이 귀하다는 말과 원하는 자리를 바로 구할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다. 경험은 구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채용은 지역의 구인 사정과 업무 조건, 본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경험이 어떤 일과 이어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한 가지 답을 정해 두기보다 상담을 거쳐 따져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보람과 소득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보람이 큰 일이 생활비에 충분한 수입을 보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먼저 정해 두면 일자리를 고르는 기준이 분명해질 수 있다.
근무 형태도 살펴볼 대목이다. 주 3일 근무나 하루 몇 시간만 일하는 유연한 자리도 있지만, 모든 일자리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근무 일수와 시간은 지원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서두르기보다 건강과 가족 의견부터
이런 점검이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은퇴 뒤 사회 활동을 이어 가고 싶지만 어디서 시작할지 정하지 못한 어르신이다. 경력이 없어 지원을 미뤄 온 경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간을 나누어 일하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지병이 있거나 체력에 부담을 느끼는 어르신이라면 일자리 탐색보다 건강 상태 점검이 먼저일 수 있다. 일자리가 중요하더라도 건강과 맞바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오래 이어 가려면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결정 과정에서는 가족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다. 출퇴근이나 집안일 분담처럼 생활이 달라지는 부분이 생길 수 있어서다. 본인의 생각과 가족의 의견을 함께 모으면 일을 시작한 뒤에도 이해와 응원을 얻기가 한결 쉬울 수 있다.
상담 창구에서 물어볼 것
혼자 고민을 이어 가기보다 가까운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이나 시니어클럽을 찾아 상담을 받아 보는 방법이 있다. 인터넷이 익숙하다면 정부의 구인 정보 누리집 고용24(옛 워크넷)에서 일자리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방문할 때는 미리 적어 둔 경험 목록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상담에서는 지금 지원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루와 한 주에 몇 시간 일하는지, 몸에 부담이 가는 업무가 있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임금과 계약 기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일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조건은 사업과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시니어클럽이나 노인복지관, 고용센터(고용24),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문의해 최신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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