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살려 다시 일하려는 어르신에게 일자리 선택은 건강 문제이기도 하다
익숙해 보이는 일도 방식과 환경이 바뀌면 몸에 주는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업무 강도와 안전시설, 지병과의 관계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랜 경력을 내려놓은 뒤에도 다시 일터로 나가고 싶어 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몸과 마음이 아직 괜찮다면 예전에 하던 일을 비슷하게 이어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자연스럽다. 다만 과거에 익숙했던 일이라고 지금도 몸에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할 의욕과 일할 수 있는 몸 상태는 따로 살펴야 할 문제다.

빠르게 달라진 일터, 익숙한 일도 다시 봐야

사회 변화가 빨라지면서 일하는 환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 해 본 업무라도 방식이 새로 바뀌었다면 뜻밖의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경력이 길다는 사실이 곧 새로운 환경에서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 체력과 회복력이 젊은 시절과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어르신의 구직은 조건을 비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업 내용과 환경까지 꼼꼼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몸을 무리하게 쓰는 일이나 안전 장치가 부족한 일터를 피하는 것이 기본으로 꼽힌다. 작은 사고라도 어르신에게는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은 다르다

당장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오래 이어 가도 괜찮은 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버틸 만해 보여도 반복되는 동작이나 긴 근무 시간이 몸에 쌓이는 부담은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 수 있다. 일을 고르는 기준을 “할 수 있는가”에서 “건강을 지키며 계속할 수 있는가”로 옮겨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런 기준에서 눈여겨볼 만한 분야가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는 일이다. 상담, 교육, 행정 보조, 문화 해설처럼 앉아서 하거나 활동량이 비교적 가벼운 일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같은 이름의 일자리라도 일터마다 근무 방식과 노동 강도는 다를 수 있으므로, 직종 이름만 보고 안심하는 것은 곤란하다.

일하는 보람과 건강이 서로 맞서는 문제는 아니다. 노년의 일자리는 수입을 넘어 사회에 기여하고 보람을 느끼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런 의미도 건강이 뒷받침될 때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일의 의미와 몸의 감당 능력은 따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더 신중해야 할 사람,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

특히 신중해야 할 쪽은 만성질환(오래 지속되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병)이 있는 어르신이다. 고된 일이나 위험 요소가 있는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 일이 지병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미리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평소 다니는 병원의 의사에게 하려는 일의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고 강도가 낮은 일을 찾는 어르신이라면 선택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일터의 안전을 살피는 절차까지 생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건강 상태와는 별개로 일터에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는지, 다칠 위험은 없는지 미리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혼자 결정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새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족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면 본인이 놓친 건강 문제나 출퇴근 부담을 함께 살필 수 있고, 일을 시작한 뒤에도 곁에서 든든한 지지를 받기가 한결 쉬워질 수 있다.

취업 전에 물을 것, 취업 뒤에 챙길 것

지원하기 전에는 하루에 어떤 일을 얼마나 하는지, 오래 서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이 있는지, 안전 장비와 시설은 갖춰져 있는지, 쉬는 시간은 어떻게 주어지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답이 모호하다면 일터를 직접 둘러보거나 다른 일자리와 견주어 보는 것이 좋다.

일을 시작한 뒤에도 관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를 챙기며, 무리가 된다고 느껴지면 근무 조건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꾸준한 건강 관리가 일을 오래 이어 가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일자리 정보는 워크넷(www.work.go.kr)이나 고용24, 가까운 고용센터에서 찾을 수 있다. 어르신에게 맞는 일을 상담받으려면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이나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에 문의하면 되고, 직접 찾아가기 어렵다면 전화로 먼저 물어볼 수 있다. 상담할 때 건강 상태와 피하고 싶은 작업을 함께 알려 두면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