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뒤 다시 일을 찾는 어르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오래 쌓은 경험과 지금의 체력·생활 여건은 따로 살펴야 한다
건강 점검과 가족 상의를 거쳐 상담 기관에 문의하는 순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녀를 다 키우고 직장에서도 물러난 뒤, 아침마다 달력을 보며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어르신이 있다. 꼼꼼함과 책임감,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태도는 오랜 세월 몸에 밴 자산이고, 이런 강점이 필요한 일터도 적지 않다. 다만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서 어떤 일이든 예전처럼 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자리를 다시 찾을 때 첫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은 임금이나 직종보다 현재의 건강 상태다. 그 위에 가족과의 상의, 전문 기관 상담, 새로운 배움을 차례로 더하면 무리하지 않는 경제활동을 준비할 수 있다.

일의 의미는 소득에만 있지 않다

노년기의 일은 생활비를 보태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에 기여한다는 감각,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보람도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어떤 어르신에게는 수입이, 다른 어르신에게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하루가 일을 찾는 더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을 찾기 전에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부터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소득이 우선이라면 근무 시간과 보수를 먼저 따져야 하고, 보람이나 사회 참여가 우선이라면 짧은 시간의 활동이나 봉사 성격의 일도 후보가 될 수 있다. 목적이 분명할수록 상담을 받을 때 원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쉬워진다.

경험과 체력은 다르다

오랜 경력이 있다는 것과 그 일을 지금 감당할 체력이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전에 익숙하게 하던 일이라도 근무 시간이 길거나 몸을 많이 쓰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자리를 고를 때 몸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활동인지,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을 시작한 뒤에도 충분한 휴식과 꾸준한 건강 관리는 빠뜨리기 어렵다. 앓고 있는 지병이 있거나 오래 서 있기 힘든 어르신이라면, 지원 전에 주치의와 상의해 피해야 할 작업을 확인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몸 상태에 맞지 않는 일을 무리해서 이어가면 소득과 보람을 함께 잃을 수 있다.

가족과의 대화도 빼놓을 수 없는 준비다. 일을 시작하면 집안일과 손주 돌봄, 병원 일정 같은 생활의 순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지지를 받으면 새 출발이 한결 든든해지고, 어르신 혼자 모든 부담을 떠안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어떤 어르신에게 어떤 창구가 맞을까

무엇을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어르신이라면 노인일자리지원기관이 첫 창구가 될 수 있다. 어르신 상담을 맡는 전문 상담사가 일자리 정보를 안내하고 연결을 돕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문의할 수 있다. 취미를 살린 단기 일자리나 사회 공헌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가까운 시니어클럽을 알아보는 편이 맞을 수 있다.

더 넓은 범위에서 구인 정보를 살펴보려는 어르신에게는 정부가 운영하는 일자리 정보망이 유용하다. 인터넷 사용이 어렵더라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고용센터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건강 문제로 정기적인 근무가 어려운 어르신이나, 가족의 돌봄이 당장 필요한 상황이라면 취업을 서두르기보다 몸과 생활을 먼저 추스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기가 있다고 해서 그동안 쌓은 경험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움은 기회를 넓히지만 취업 보장과는 별개다

관심 있는 분야의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따는 것도 준비가 될 수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법, 바리스타 교육처럼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 자신감이 붙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다룰 줄 알면 구인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교육을 마치거나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곧바로 일자리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용을 들이기 전에 그 교육이 실제 구인과 연결되는지, 어르신의 체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인지를 상담 기관에 물어볼 필요가 있다.

상담 전에 정리하고 물어볼 것

상담에 앞서 건강 상태와 일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거리, 원하는 일의 목적을 간단히 적어 두면 이야기가 수월해진다. 상담 때는 하루 근무 시간, 몸을 쓰는 정도, 쉬는 시간, 보수와 근무 기간을 함께 물어볼 필요가 있다.

구직 상담은 가까운 고용센터(고용24)나 시니어클럽에서 받을 수 있고, 노인 일자리 사업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나 동네 노인복지관에도 문의할 수 있다. 혼자 고민을 이어가기보다 전화 한 통으로 지역에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