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돌봄·장사 경험도 밑천이 될 수 있지만 채용 여부와는 별개다
경험을 정리하고 건강을 살핀 뒤 시니어클럽이나 고용24에 물어볼 필요가 있다
손주를 돌보고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온 세월이 일자리에서도 통할까. 다시 일을 찾아보려는 어르신이라면 한 번쯤 품을 만한 물음이다. 일하는 사람의 노고를 인정하고 정당하게 대우하자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면서, 어르신의 경력과 지혜를 다시 보자는 시선도 함께 나온다. 다만 경험이 값지다는 말이 곧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 경력만 경력은 아니다
일을 찾을 때 먼저 떠올리는 것은 대개 이력서에 적을 직함이다. 그러나 전문직이나 직장 경력이 없다고 해서 내세울 것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손주를 키우며 익힌 살림 솜씨와 돌봄 요령, 한동네에서 오래 이웃과 어울리며 쌓은 친화력, 가게를 꾸리면서 몸에 밴 꼼꼼함도 어르신만의 능력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경험을 찾아내는 일은 지난날을 되짚는 데서 시작한다.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 가장 즐거웠는지, 누구를 어떻게 도왔을 때 보람을 느꼈는지 적어 보면 자신에게 맞는 일의 윤곽이 잡힐 수 있다. 일을 다시 찾으려는 까닭도 함께 따져 볼 만하다. 경제 활동에서 얻는 보람, 사회에 계속 기여하고 싶은 마음, 젊은 세대와 어울리며 얻는 활력은 모두 충분한 이유가 된다.
경험의 가치와 채용 여부는 다르다
경험이 소중하다는 것과 특정 일자리에 곧바로 뽑힌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살림과 돌봄 경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관련 일자리의 조건을 모두 채운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자리마다 하는 일과 근무 시간, 요구하는 조건이 다를 수 있으므로 지원하기 전에 내용을 하나씩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바라는지에 따라 알맞은 일도 달라질 수 있다. 생활비에 보탤 수입이 우선인 경우와 보람이나 사람들과의 교류가 우선인 경우는 살펴야 할 조건이 같지 않다. 경험 목록과 함께 일에서 얻고 싶은 것을 정리해 두면 상담할 때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건강이 먼저인 어르신, 가족과 상의가 필요한 경우
새 일을 시작하더라도 건강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곤란하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어르신은 온종일 체력을 쓰는 일보다 짧은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일, 몸에 부담이 덜한 일부터 살펴보는 편이 낫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휴식은 챙길 필요가 있다.
반대로 체력에 여유가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한 어르신이라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부터 곧바로 알아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배우자나 자녀와 미리 이야기를 나눠 두는 것이 좋다. 가족의 응원이 큰 힘이 될 뿐 아니라, 곁에서 지켜본 가족의 의견이 건강과 생활에 맞는 선택을 가리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센터와 시니어클럽, 고용24에 물어볼 것
혼자 찾기 막막하다면 가까운 주민센터나 노인복지관에 문의하는 방법이 있다. 이곳에서 노인일자리지원기관이나 시니어클럽을 안내받을 수 있고, 해당 기관에서는 건강 상태와 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도록 돕거나 면접 연습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직접 찾아가기 어려우면 전화로 먼저 물어봐도 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익숙한 어르신은 정부가 운영하는 구직 서비스에서 “시니어 일자리”를 검색해 채용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예전의 워크넷은 지금 고용24(정부 고용 서비스 통합 누리집)로 이어졌으므로 고용24를 이용하면 된다. 인터넷 사용이 어렵다면 자녀나 손주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가까운 고용센터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상담에 앞서서는 정리해 둔 경험과 건강 상태,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메모해 가는 것이 좋다. 창구에서는 지금 신청할 수 있는 일자리가 무엇인지, 하루 몇 시간 일하는지, 몸을 얼마나 쓰는 일인지, 면접 준비를 도와주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첫걸음은 동네 주민센터나 시니어클럽에 전화 한 통을 걸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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