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구에서 6개월 악기 수업 뒤 언어 검사 점수가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끝까지 남은 인원이 적고 수업을 받지 않은 환자 집단이 없는 예비 연구다
동네 강좌를 알아보되 기억력 걱정은 진료와 상담으로 따로 확인

나이 들어 처음 잡은 악기가 머리 건강에도 도움이 될까. 디멘시아뉴스는 11월 3일, 경도인지장애(기억력 등이 또래보다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가 있는 고령자들이 6개월 동안 악기 수업을 받은 뒤 단어를 떠올리는 능력을 비롯한 언어 영역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는 스위스 연구를 소개했다. 다만 규모가 작은 예비 연구여서, 악기를 배우면 치매를 막는다는 뜻으로 읽기는 어렵다.

소그룹으로 주 2회, 텅드럼부터 합주까지

보도를 보면 이 연구는 스위스 서부응용과학예술대 제네바 보건대학 연구팀이 제네바대병원, 로잔대병원의 기억클리닉과 함께 수행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평균 나이 71.5세인 경도인지장애 고령자들이 음악반과 심리운동반(몸의 감각과 움직임을 다루는 수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수업 방식은 두 반이 같았다. 3~4명이 한 조를 이뤄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45분씩 6개월을 배웠고, 집에서도 날마다 20분 안팎의 과제를 했다. 음악반이 배운 악기는 13음 스틸 텅드럼으로, 양손으로 리듬을 익히는 연습에서 출발해 악보 읽기와 합주 단계로 넘어갔다. 계획된 40회 수업 중 평균 출석 횟수는 음악반이 35.9회, 심리운동반이 34.3회로 나타났다.

언어 검사 향상과 전반적 인지 기능은 별개다

음악반에서 나아진 항목은 특정 범주에 속하는 단어를 떠올리는 범주 유창성과 언어 단기기억이다. 집에서 연습한 시간이 길수록 언어 단기기억 점수가 높았고, 시끄러운 환경에서 말소리를 알아듣는 능력도 좋아졌다. 심리운동반은 양상이 달랐다. 두 가지 언어 검사 점수는 오히려 떨어졌으나, 손놀림 검사 총점이 오르고 왼발로 한 발 서기를 유지하는 시간이 평균 10초가량 길어졌다.

전체 그림을 보면 해석은 조심스러워진다. 음악반의 전반적 인지 기능은 오르는 경향에 그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에 이르지 못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도 6개월 뒤 세 집단 모두 해마(기억에 중요한 뇌 부위) 부피에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건강한 노인 비교군에서는 왼쪽 해마와 오른쪽 뇌 연결망의 기능적 연결성이 약해졌고 두 수업 집단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는데, 연구팀은 구조 변화가 없었던 점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고 짚었다.

분석 대상 음악반 11명, 심리운동반 8명이라는 한계

최종 분석에 포함된 인원은 음악반 11명, 심리운동반 8명, 건강한 노인 비교군 14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유행과 거듭된 MRI 촬영의 부담 탓에 도중에 빠진 참가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업을 전혀 받지 않은 경도인지장애 집단을 두지 않았다는 점도 큰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관찰된 변화가 수업에서 비롯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검사 점수가 나아진 것과 치매를 막은 것은 다르다. 참가자는 기억클리닉에서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고령자들이어서, 건강한 어르신이나 이미 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근거는 이번 보도에 없다. 연구팀은 즐겁게 일상적으로 하는 집단 활동이 치매 위험을 낮추려는 조기 중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가능성을 말한 표현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강좌와 진료, 각각 어디에 물어볼까

효과가 입증됐는지와는 별개로 눈여겨볼 대목도 있다. 연구팀은 두 반 모두 안전했고 참여자들의 몰입도가 높았다고 보고했으며, 출석률이 높았던 점은 여럿이 함께 배우는 방식의 장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연구용으로 설계된 과정이어서 동네에서 열리는 강좌와 내용이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악기나 음악을 배우려는 어르신이라면 거주지의 평생학습관, 주민센터, 노인복지관, 도서관에서 어떤 강좌가 열리는지, 소규모 수업이나 초보자 과정이 있는지, 수강료는 얼마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걱정이 있다면 수강 신청과는 따로 의료진 진료나 보건소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