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며 배움을 미루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첨단 기술 체험과 생활 속 디지털 배움은 출발점이 다르다
주민센터·평생학습관 강좌와 가족의 도움부터 차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제 와서 뭘 배우겠느냐”는 말은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다. 최근 인공지능(사람처럼 판단하고 답하도록 만든 컴퓨터 기술) 분야의 한 대회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고, 그 가운데는 학생과 청년뿐 아니라 어르신도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만 이 소식을 “어르신도 당장 첨단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가족이 함께 참여한 인공지능 대회

이 대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른바 “오리네 가족”이라는 팀이다. 어머니가 아이디어를 내고 아들이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가족이 역할을 나눠 작품을 완성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생각을 보태는 것만으로 새 기술을 다루는 일에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소개됐다.

온라인에서는 “클릭온AI”처럼 퀴즈를 풀거나 간단한 그림을 그려 보며 인공지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놀이에 가까운 형식이어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움의 효과와 첨단 기술 체험은 다르다

배움은 지식을 쌓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 많다. 새로운 것을 익히는 과정에서 머리를 쓰고, 강좌에서 사람을 만나며 외로움을 덜고, 취미가 생겨 하루에 활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질환으로 몸을 돌보는 데 지친 어르신에게는 마음을 챙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배움이 주는 생활의 변화와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을 익히는 일은 별개다. 배움이 기억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특정 강좌가 치매를 막는다거나 질병을 낫게 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대회 참가는 하나의 선택지일 뿐, 날씨 확인이나 영상통화처럼 일상에서 쓰는 기능을 익히는 것도 같은 무게의 배움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에게 어떤 배움이 맞을까

집 밖 활동이 가능하고 사람 만나기를 즐기는 어르신이라면 주민센터, 평생학습관, 경로당의 대면 강좌가 맞을 수 있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같은 취미부터 스마트폰 사용법, 컴퓨터 기초, 건강 강좌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동네 이웃과 함께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외출이 어렵거나 혼자 천천히 해 보고 싶은 경우에는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이나 가족의 도움이 현실적인 길이 될 수 있다. 자녀나 손주에게 글씨 크기 키우는 법, 사진 보내는 법, 인터넷 검색하는 법을 묻는 일은 폐가 아니라 대화를 늘리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기기 조작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는 어르신이라면 디지털 강좌를 서두르기보다 익숙한 취미 강좌로 시작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잘 안 되는 날은 쉬었다가 다시 이어 가도 되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한 번에 많이 하는 것보다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시작 전에 확인하고 물어볼 것

먼저 가까운 주민센터나 평생학습관에 전화해 이번 학기 어르신 대상 강좌가 있는지, 수강료와 접수 기간은 어떤지, 초보자 반이 따로 있는지를 묻는 것이 순서다. 노인복지관과 공공도서관도 스마트폰 교실이나 취미 강좌를 여는 경우가 있어 함께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은 이용 전에 가족과 함께 접속해 보고, 회원 가입이나 결제를 요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 막막하다면 날씨 보기, 사진 보내기, 영상통화처럼 당장 쓸 기능 하나를 정해 가족이나 강사에게 물어보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