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을 타고난 운명으로 여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예방 가능하다는 통계와 개인의 발병 여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혈압 기록과 싱거운 식사부터 시작하고 약은 담당 의사와 상의한다

집안에 중풍(뇌졸중,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병)을 앓은 사람이 있으면 어르신들은 "나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곤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졸중의 80%가 예방 가능하다고 발표한 바 있어, 생활습관을 돌아볼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이 수치가 습관만 바꾸면 누구나 80% 확률로 병을 피한다는 뜻은 아니다.

혈압과 소금, 담배가 먼저 살필 위험 요인이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혈압이다. 중풍 환자 10명 중 7명이 고혈압이라는 통계가 있을 만큼 둘의 관계는 깊다. 아침저녁으로 혈압을 재서 수첩에 적어 두고, 병원에 갈 때 그 기록을 보여 주는 습관이 권장된다. 목표치로는 흔히 130/80 이하가 제시되지만, 나이와 지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담당 의사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금은 혈압을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어르신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 권고량의 2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물은 절반만 뜨고, 라면 국물은 남기며,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김치와 젓갈, 장아찌는 양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간은 마늘, 양파, 식초로 맞출 수 있고, 처음에는 싱겁게 느껴져도 2주쯤 지나면 입맛이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중풍 위험이 2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금연하면 1년 뒤 심혈관 위험이 절반으로 줄고, 5~10년이 지나면 중풍 위험이 비흡연자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60대나 70대에 끊어도 의미가 있으며,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무료로 상담을 받고 금연 패치나 껌을 함께 쓰는 방법도 있다.

걷기와 절주, 체중, 잠은 함께 관리할 습관이다

운동으로는 하루 30분 걷기가 흔히 권장된다. 한 번에 어려우면 10분씩 세 번으로 나눠도 되고, 주 5일 이상, 약간 숨이 차지만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속도가 적당하다. 꾸준히 걸으면 혈압이 5~10mmHg(수은주밀리미터, 혈압 단위) 낮아질 수 있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체중,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술은 혈압을 올릴 수 있어 적게 마시는 것이 원칙이다.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1잔을 넘기지 않고 일주일에 이틀은 마시지 않는 것이 기준으로 제시된다. 폭음과 빈속 음주, 짠 안주, 술자리 흡연은 피할 필요가 있고, 이미 위험군으로 분류됐다면 끊는 편이 낫다.

뱃살이 늘면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이 함께 나빠지기 쉽다. BMI(체질량지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18.5~24.9, 허리둘레 남성 90cm, 여성 85cm 미만이 관리 목표로 쓰인다. 한 달에 1kg 정도 천천히 줄이고, 채소를 먼저 먹으며, 야식과 단 음료를 줄이는 방식이 무리가 적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잠이 모자라면 혈압이 오르고 혈관이 손상될 수 있다. 하루 7~8시간, 일정한 시간에 자는 것이 좋고, 자기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끄며, 커피와 녹차는 오후 2시 이후 피하는 방법이 있다. 코골이가 심하고 자다가 숨이 멎는 듯한 수면 무호흡(잠자는 동안 호흡이 잠시 멈추는 증상)이 있으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예방 가능”과 “반드시 막는다”는 다르다

80%라는 수치는 전체 뇌졸중 가운데 예방할 여지가 있는 비율을 말한 것으로, 한 사람의 발병 가능성을 계산해 주는 숫자와는 별개다. 습관을 잘 지켜도 병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병이 왔다고 해서 환자의 잘못으로 돌릴 일도 아니다. 환자 중에 고혈압이 많다는 통계 역시 고혈압이 있으면 반드시 중풍이 온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생활습관 개선과 약 복용도 나눠서 볼 일이다. 걷기나 싱거운 식사가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처방약을 대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혈압약을 임의로 끊으면 혈압이 다시 오를 수 있으므로,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건강식품은 예방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한약 역시 보조 수단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함께 먹어도 되는지 약사나 담당 의사에게 먼저 묻는 것이 좋다.

누가 더 조심해야 하고 무엇을 확인할까

고혈압, 당뇨, 비만이 있는 사람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특히 관리가 필요하다. 뇌졸중을 한 번 겪은 사람은 재발 위험이 높아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나이가 많다고 늦은 것은 아니어서 70대에 시작해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다만 80대 이상 어르신은 무리한 운동보다 체력에 맞는 활동과 삶의 질을 중심에 두는 편이 낫다.

겨울에는 추위로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급히 오를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새벽 외출은 피하고, 나갈 때는 목도리와 모자로 몸을 따뜻하게 하며, 화장실과 방의 온도 차를 줄이고 찬물 세수를 삼가는 것이 좋다. 산책도 겨울에는 오후 시간이 무난하다.

검사와 접종은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르다. 매년 건강검진과 심전도(심장의 전기 신호를 기록하는 검사), 2~3년마다 경동맥 초음파(목의 큰 혈관을 살피는 검사), 고위험군의 뇌 MRI(자기공명영상)가 거론되는데, 필요 여부와 주기는 주치의와 정하면 된다. 감염이 중풍을 유발할 수 있어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보건소나 동네 의원에 문의해 둘 만하다.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다면 순서를 정하는 방법이 있다. 첫 주에는 혈압 측정과 국물 절반 남기기, 둘째 주에는 저녁 20분 걷기와 가공식품 줄이기, 셋째 주에는 30분 걷기와 금연 시도, 넷째 주에는 체중을 재고 검진을 예약하는 식이다.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 곧바로 119에 연락하도록 가족과 미리 약속해 두고, 혈압 수첩을 들고 주치의를 찾아 본인의 목표치와 복용 약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