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으로 넘긴 통증이 몸의 위험 신호일 수 있어
늘 있던 아픔과 갑자기 달라진 아픔은 구분해서 봐야
달라진 증상은 구체적으로 적어 주치의에게 먼저 알려야

몸이 불편해도 “이 나이 되면 다 그렇지”라며 넘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오래 앓아 온 병이 있으면 새로 생긴 통증까지 원래 병 탓으로 돌리기도 쉽다. 다만 참을 만하다는 것과 괜찮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며, 작은 통증도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참을 만한 통증도 신호일 수 있다

통증은 몸 어딘가에 탈이 났음을 알리는 증상 가운데 하나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나 허리가 쑤시는 일이 잦아지면 어르신 스스로 아픔을 일상의 일부로 여기기 쉽다. 평소 괜찮다는 말을 들어 온 가족도 변화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

만성질환(오래 이어지는 병)이나 암처럼 오랫동안 치료받는 병이 있으면 이런 착각은 더 쉽게 생길 수 있다. 통증이 심해져도 “원래 병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짐작하고 넘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병과 별개로 새로운 문제가 함께 생겼을 가능성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막염(배 속 장기를 덮는 막에 생긴 염증)이 그런 예로 꼽힌다. 장이 터져 생긴 복막염은 급히 수술해야 할 수 있는 위험한 병으로, 배를 누를 때의 심한 통증, 열, 혈액 검사 수치 이상 같은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다. 원래 앓던 병 때문인 통증처럼 여겨져도 진찰과 검사를 거쳐야 원인을 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늘 있던 아픔과 달라진 아픔은 다르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위급한 병은 아니다. 오래된 무릎 통증처럼 원인을 이미 알고 있고 정도도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정해진 진료 때 상담해도 되는 경우가 많다. 아픔이 있다는 사실과 아픔이 변했다는 사실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눈여겨볼 것은 변화다. 통증이 갑자기 심해졌거나, 아픈 부위가 달라졌거나, 이전에 없던 불편함이 새로 생겼다면 참고 기다릴 일과는 별개다. 열이 나는지, 붓는 곳이 있는지, 변을 보기 힘들거나 방귀가 잘 나오지 않는지, 가려움이나 평소와 다른 두드러기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다만 이런 증상이 있다고 특정 병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증상도 원인이 여러 가지일 수 있고, 판단은 진찰과 검사를 거쳐 의사가 내린다. 집에서 몸을 살피는 일은 스스로 진단하는 과정이 아니라 병원에 알릴 내용을 모으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

더 살펴야 할 어르신과 서둘러야 할 때

만성질환이나 암으로 치료받는 어르신,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는 어르신은 작은 변화에도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혼자 지내는 어르신은 변화를 알아채 줄 사람이 적은 만큼 가족이나 이웃과 평소 몸 상태를 자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통증의 원인을 알고 있고 평소와 다른 점이 없는 어르신이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경우에도 통증이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면 다음 진료 때 알리고 조절 방법을 상의해 볼 수 있다.

기다리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참기 어려운 통증이 갑자기 나타났거나, 배가 딱딱해지면서 몹시 아프거나, 열과 함께 기운이 크게 떨어지거나, 숨쉬기 힘들거나 의식이 흐려진다면 다음 진료일을 기다릴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119에 연락하거나 곧바로 응급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아픔은 구체적으로 알리고, 약은 상의해서 바꾼다

“조금 아파도 참을 만하다”는 말만으로는 상태를 정확히 전하기 어렵다. 어디가,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얼마나 아픈지를 주치의와 가족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먼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거울을 보거나 몸을 만져 보며 변화를 확인하고, 평소와 다른 점을 수첩에 적어 두면 진료 때 설명하기 쉽다.

복용하는 약의 이름과 먹는 시간을 정확히 알아 두는 일도 중요하다. 진통제나 만성질환 약은 의사와 상의 없이 용량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갑자기 중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약 성분끼리 영향을 주거나 몸에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약을 먹다가 불편함이나 다른 통증이 생기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진료실에서 궁금한 것을 묻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도 흔하다. 병원에 가기 전에 질문을 작은 종이에 적어 가면 빠뜨리지 않고 물을 수 있다. 이 통증이 원래 병 때문인지,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와야 하는지, 지금 먹는 약과 관련이 있는지를 담당 의사나 간호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약에 관한 궁금증은 단골 약사에게, 어느 병원을 찾아야 할지 모를 때는 가까운 보건소에 물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