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풍으로 묶어 부르지만 뇌경색과 뇌출혈은 다른 병이다
혈관이 막히느냐 터지느냐에 따라 증상의 양상과 치료가 갈린다
구별은 병원에 맡기고 의심되면 먼저 119에 전화할 필요가 있다

집안 어르신이 갑자기 말을 더듬거나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며 주저앉으면 가족은 흔히 “중풍이 왔다”고 말한다. 중풍, 곧 뇌졸중 안에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함께 들어 있다. 다만 증상을 보고 어느 쪽인지 알아맞히는 일과 실제 진단은 별개다. 집에서 짐작한 내용은 구급대와 의료진에게 전할 참고 정보일 뿐, 병원행을 미룰 이유가 되지 못한다.

막히는 뇌경색, 터지는 뇌출혈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생긴다. 혈관 안에 혈전(핏덩어리)이 쌓이거나,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떠내려와 혈관을 막거나,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가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뇌졸중의 약 80%를 차지해 더 흔한 쪽으로 알려져 있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 생긴다. 고혈압으로 약해진 혈관, 뇌동맥류(뇌혈관 벽이 부풀어 오른 상태)의 파열, 혈관 기형 등이 원인이다. 비율은 약 20%로 적지만 사망률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뇌경색은 약 10~15%, 뇌출혈은 약 30~50% 수준으로 거론되며, 후유증도 뇌출혈에서 심한 경우가 많다. 뇌경색은 재활로 상당 부분 회복하는 사례도 있으나, 이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두통과 의식, 진행 속도에서 차이 나타날 수 있다

뇌경색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얼굴 한쪽이 처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으로 서 있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두통은 약하거나 없고 의식도 대체로 유지되는 편이어서, 대화는 되는데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주로 새벽이나 아침에 많고, 잠에서 깨어 보니 팔이 움직이지 않거나 증상이 몇 분에서 몇 시간에 걸쳐 나빠지는 일도 있다.

뇌출혈은 활동 중에 갑자기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평소 두통과 전혀 다른, 벼락을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이 대표적이며 “살면서 가장 아픈 두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구토가 반복되거나, 경련이 일어나거나, 쓰러진 뒤 깨어나지 않거나, 팔다리 마비와 양쪽 동공 크기 차이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혈압이 200/120 이상으로 매우 높게 측정되는 것도 뇌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신호로 꼽힌다.

이런 구분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향이다. 뇌경색도 갑자기 시작될 수 있고, 뇌출혈이라고 해서 모두 극심한 두통을 동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두통이 약하다고 가벼운 병으로 볼 수 없고, 병의 종류는 증상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증상은 비슷해도 치료는 정반대로 갈린다

뇌경색은 막힌 혈관을 다시 여는 치료가 중심이다. 증상이 시작된 뒤 4.5시간 안이라면 혈전 용해제(tPA, 핏덩어리를 녹이는 약)를 검토하고, 그 뒤 24시간까지는 환자 상태에 따라 카테터(혈관에 넣는 가는 관)로 혈전을 직접 꺼내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후에는 재발을 막기 위해 항혈전제(혈전이 생기지 않게 돕는 약) 치료를 이어 가게 된다.

뇌출혈은 출혈이 번지지 않도록 혈압을 낮추는 일부터 시작한다. 출혈 부위에 따라 두개골을 열고 피를 제거하는 수술을 결정하며, 중환자실에서 뇌압 조절과 합병증 예방을 이어 가기도 한다. 뇌경색에 쓰는 혈전 용해제가 뇌출혈 환자에게 들어가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로 어느 쪽인지 가려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험 인자 있으면 더 살펴야, 없어도 안심은 이르다

뇌경색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흡연, 비만, 운동 부족이 있는 사람에게서 위험이 높은 것으로 꼽힌다. 뇌출혈은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가장 큰 위험 인자이고 과음, 흡연, 항응고제(피가 굳는 것을 막는 약) 복용, 뇌동맥류, 가족력도 함께 거론된다. 두 병에 공통으로 걸린 고리가 고혈압인 셈이다.

그렇다고 위험 인자가 없는 어르신이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며, 평소 앓던 두통이 있다고 해서 모두 뇌출혈을 걱정할 일도 아니다. 판단의 기준은 평소와 다른 갑작스러운 변화다. 항응고제나 혈압약을 먹는 어르신이 불안하다고 약을 임의로 바꾸거나 끊는 일은 피해야 하며, 약 조정은 담당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지켜보지 말고 119, 시간과 증상부터 전한다

“뇌출혈 같으니 조금 지켜보자”는 식의 판단은 위험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응급이고, 혈전 용해제의 4.5시간 기준을 고려하면 검사 시간까지 감안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낫다. 얼굴 한쪽 처짐(Face), 팔 힘 빠짐(Arm), 말 어눌함(Speech)을 살피고 곧바로 시간(Time)을 챙기라는 뜻의 “FAST” 수칙과 극심한 두통을 가족이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구급대에는 증상이 시작된 시각, 두통의 유무와 정도, 구토 여부, 의식 상태를 알리고, 가능하면 혈압도 전한다. 이 정보는 이송할 병원을 고르고 치료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방 수칙은 두 병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혈압과 당뇨를 관리하고,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며, 싱겁게 먹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정기 검진을 받는 일이 기본이다. 집에서 재는 혈압이 평소보다 높거나 복용 중인 약이 걱정되면 주치의나 약사에게 묻고, 건강검진과 생활 습관 상담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가까운 보건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