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습관 관리와 혈압약 복용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한다
집에서 잰 혈압 기록을 들고 주치의와 목표 수치를 정할 필요가 있다
혈압약을 받아 두고도 “오늘은 괜찮으니 건너뛰어도 되겠지” 하고 넘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뇌졸중(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병, 흔히 말하는 중풍) 환자 10명 중 7명은 고혈압이 원인이라는 설명이 있을 만큼 두 질환은 가깝다. 다만 수치가 내려갔다고 해서 고혈압이 나은 것은 아니다. 약 덕분에 유지되는 혈압일 수 있어서다.
높은 압력이 뇌혈관을 망가뜨리는 과정
혈압이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뇌혈관 안쪽 벽이 압력에 시달리다 손상될 수 있다. 상처 난 자리에 콜레스테롤과 찌꺼기가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고, 약해진 혈관은 터지기도 한다. 그 결과 뇌세포가 죽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위험의 크기를 보여 주는 수치도 있다.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할 때의 혈압, 혈압계의 위쪽 숫자)이 10mmHg(혈압 단위) 높아질 때마다 뇌졸중 위험이 약 30% 늘고, 혈압이 160 이상이면 정상인 사람보다 위험이 4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는 집단 전체의 경향이어서 개인의 발병 여부를 그대로 말해 주지는 않는다.
겨울은 특히 조심할 시기로 꼽힌다. 추위에 혈관이 수축하면 혈압이 급히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 외출을 피하고, 나가기 전에 옷과 목도리로 몸을 따뜻하게 하며, 화장실 온도를 높여 두고, 찬물 세수와 사우나를 조심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생활 습관의 효과와 약의 역할은 다르다
생활 습관 가운데 먼저 꼽히는 것은 소금 줄이기다. 한국 어르신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의 2배 수준이라는 설명이 있고, 소금을 줄이면 혈압이 5~10mmHg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국물은 절반만 먹고, 라면 국물은 남기며,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김치와 젓갈은 조금만 곁들이는 식이다. 간은 마늘, 양파, 식초로 맞출 수 있다.
체중도 관련이 있다. 체중 1kg을 줄이면 혈압이 1mmHg가량 내려간다고 하며, 허리둘레는 남성 90cm, 여성 85cm 미만이 기준으로 제시된다. 매일 30분 걷기로 수축기 혈압이 5~10mmHg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다만 겨울 새벽 걷기는 피하고, 오후 시간대에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다.
술은 남성 하루 2잔, 여성 하루 1잔 이하로 줄이고 일주일에 이틀은 마시지 않는 날을 두는 것이 권고된다. 담배는 한 대만 피워도 혈압이 20mmHg 오른 상태가 30분가량 이어질 수 있고, 흡연자의 뇌졸중 위험은 2배로 알려져 있다. 만성 스트레스도 혈압을 높게 유지시킬 수 있어 취미 활동, 경로당이나 복지관 모임, 명상과 호흡, 7시간 이상의 수면이 함께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혈압약을 대신하는 방법과는 별개다.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50% 낮다는 설명이 있는 반면, 혈압이 떨어졌다고 끊으면 다시 오를 수 있다. 한약과 건강식품도 약을 대신할 수 없으며, 먹고 있다면 처방 의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목표 혈압은 사람마다 다르다
권장 수치는 대상에 따라 나뉜다. 일반 고혈압 환자와 당뇨병이나 신장병을 함께 앓는 사람은 130/80 이하, 75세 이상 고령 어르신은 개인 상태에 따라 140/90 이하가 목표로 제시된다. 어르신은 혈압을 지나치게 낮추면 어지러움과 낙상 위험이 생길 수 있어 낮을수록 무조건 좋다고 보기 어렵다.
약을 먹은 뒤 어지럽다면 약 효과가 강한 것일 수 있지만, 스스로 양을 줄이거나 반으로 쪼개 먹을 일은 아니다. 부작용이 걱정될 때도 마찬가지로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정한다.
음식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한다. 짠 국과 젓갈, 라면, 햄,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 과도한 카페인은 대체로 줄이는 쪽이 권고된다. 칼륨이 많은 바나나와 고구마, 시금치와 브로콜리, 고등어와 연어 같은 등푸른 생선, 호두와 아몬드, 귀리와 현미는 혈압 관리에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다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칼륨 섭취를 제한해야 할 수 있어 먼저 주치의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집에서 재고 기록해 진료 때 보여 준다
가정 혈압은 아침에 일어나 1시간 안에, 화장실에 다녀온 뒤 5분쯤 안정하고 재는 것이 기본이다. 앉은 자세로 팔을 심장 높이에 두고 2회 재서 평균을 내며, 매일 같은 시간에 재면 변화를 비교하기 쉽다. 수첩이나 스마트폰 앱에 적어 둔 기록은 진료 때 약을 조절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혈압이 180/120 이상(고혈압 위기)이면서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있거나, 앞이 잘 보이지 않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응급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때는 집에 있는 약을 임의로 더 먹지 말고 곧바로 119에 연락하는 것이 권고된다.
당장 할 일은 많지 않다. 집에 혈압계를 두고 재는 것, 오늘 저녁 국물을 절반만 먹는 것, 약 먹는 시간을 정해 두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목표 혈압과 복용법은 주치의에게, 함께 먹는 약이나 건강식품은 약사에게 확인하고, 혈압계나 생활 습관 상담이 필요하면 가까운 보건소에 물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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