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자주 놓치고 단어가 막히는 증상,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다
금세 사라진 증상도 뇌혈관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119를 부를 때와 병원에 갈 때를 미리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숟가락을 자꾸 떨어뜨리거나 늘 쓰던 단어가 입에서 맴돌 때, 많은 어르신이 “피곤해서 그렇다”, “나이 들어 그렇다”며 넘긴다. 다만 이런 변화를 모두 노화로 돌리는 것은 흔한 오해다. 중풍(뇌졸중,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병)은 며칠이나 몇 주 전부터 몸에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중풍이 예고 뒤에 찾아오는 것은 아니고, 아래 증상이 있다고 모두 중풍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신호의 생김새를 알아 두면 진료를 앞당길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손과 얼굴, 말과 눈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호

먼저 살필 것은 근력과 감각의 변화다. 숟가락, 컵, 리모컨을 평소보다 자주 떨어뜨리거나, 치과 문제가 없는데 한쪽 볼과 입 주변이 저리고 감각이 이상하다면 뇌의 신호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앉았다 일어설 때 한쪽으로 쏠리듯 어지럽거나 평지에서도 비틀거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지럼증은 귀 질환에서도 흔하므로, 원인을 스스로 가리기보다 진료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말과 인지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거 있잖아, 그거”라는 말이 부쩍 늘고 평소 쓰던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 늘 쓰던 이름이 이상하게 써지거나 간단한 계산이 갑자기 되지 않는 경우가 여기에 든다. 물을 마실 때마다 사레가 들리거나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는 증상도 뇌신경 이상과 관련될 수 있다.

눈과 두통도 빼놓을 수 없다. 한쪽 눈이 몇 초에서 몇 분 동안 커튼을 친 듯 가려지는 증상은 일과성 흑암시(한쪽 눈의 시력이 잠시 사라졌다 돌아오는 증상)라고 하며, 다시 괜찮아져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망치로 맞은 것 같다”, “살면서 가장 심하다”고 표현할 만한 두통은 지주막하 출혈(뇌를 싸는 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출혈)을 의심할 수 있어 곧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괜찮아진 것과는 별개다

이런 증상이 몇 분에서 몇 시간 만에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과성 허혈 발작(뇌로 가는 피가 잠시 막혔다 다시 통하는 상태, 미니 뇌졸중)이라고 한다. 뇌혈관이 동맥경화로 좁아졌거나, 심장에서 생긴 혈전(핏덩어리)이 올라왔거나, 작은 혈관이 손상됐을 때 피가 일시적으로 통하지 않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멎었다는 사실과 위험이 지나갔다는 사실은 다르다. 일과성 허혈 발작 뒤 3개월 안에 본격적인 뇌졸중이 올 확률이 20%에 이른다는 설명도 있다. 이 수치가 개인의 위험을 그대로 말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라진 증상도 반드시 병원에서 확인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더 민감하게 살펴야 할 어르신

혈압이 140/90을 넘는 고혈압, 당뇨,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높은 콜레스테롤, 흡연, 비만, 가족의 뇌졸중 병력이 있거나 65세 이상이면 경고 신호에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해당 항목이 여럿일수록 작은 변화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편이 좋다.

위험 요인이 없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고, 위험 요인이 있다고 반드시 중풍이 오는 것도 아니다. 또한 복용 중인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혼자 판단하지 않고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가족의 눈도 중요하다. 자식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증상을 숨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말씨가 어눌해지지 않았는지, 한쪽 손을 덜 쓰지 않는지,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걸음걸이가 변하거나 자주 넘어지지 않는지를 가족이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19 부를 때와 병원 갈 때, 미리 나눠 둔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얼굴과 팔다리에 마비가 왔을 때, 심한 두통과 구토가 있을 때, 의식이 흐려지거나 심한 어지럼으로 서 있지 못할 때는 지체 없이 119를 불러야 한다. 지금 증상이 이어지고 있다면 괜찮아지기를 기다리거나 직접 운전해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증상이 잠깐 왔다 사라졌거나, 두통과 어지럼이 되풀이되거나, 손에 힘이 자주 빠지거나, 시야에 이상이 있었다면 늦어도 24시간 안에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평소와 다른 두통이 잦거나 어지럼이 점점 심해지거나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졌다면 이번 주 안에는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더 빠른 쪽을 택하는 편이 낫다.

진료에 대비해 언제 이상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적어 두면 의사에게 설명하기 쉽다. 이 기록은 가족과도 나눠 혼자만 알고 있지 않도록 한다.

뇌혈관 검사와 경동맥 초음파(목의 큰 혈관을 살피는 초음파)를 정기적으로 받는 방법도 있으나, 필요 여부와 주기는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위험 요인이 있는 어르신은 어떤 검사를 언제 받을지 주치의에게 묻고, 다니는 병원이 없다면 가까운 보건소에 먼저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