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걷기만으로 심혈관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다만 연구에 소개된 수치와 개인이 얻는 효과, 약 치료는 구분해야 한다
심장 질환·관절 문제가 있거나 처음 시작하면 병원 상담부터 받을 필요가 있다

운동을 시작하려면 헬스장부터 찾아야 할까. 심혈관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흔히 권하는 걷기는 회원권도 값비싼 장비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걷기가 몸에 좋다는 말이 복용 중인 약을 대신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 30분 걷기, 혈관과 혈당에 어떤 변화가 있나

하버드 의대 연구로 소개되는 수치를 보면 하루 30분 걷기는 심혈관 질환 위험 30%, 심근경색 위험 40%, 뇌졸중 위험 35%, 당뇨병 위험 50% 감소와 관련이 있다. 원문에는 연구 대상이나 기간이 나와 있지 않아, 수치는 참고 자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걷기가 심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로는 먼저 혈관이 꼽힌다. 규칙적인 걷기가 혈관 내피 세포(혈관 안쪽 벽을 이루는 세포)를 자극해 혈관을 부드럽게 하고, 동맥경화(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굳는 현상)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치 변화도 함께 거론된다. HDL(좋은 콜레스테롤)이 5%가량 오르고 LDL(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줄며,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할 때의 혈압)이 5~10mmHg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장지방 감소와 인슐린 감수성(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에 몸이 반응하는 정도) 개선,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분비에 따른 기분 전환도 기대할 수 있는 변화로 꼽힌다.

연구 수치와 내 몸의 변화는 다르다

위험이 몇 퍼센트 줄었다는 수치가 곧 모든 사람에게 같은 폭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나이, 기존 질환, 식사와 수면 습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걷기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과 걷기만으로 병을 막거나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은 별개다.

약 치료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혈압이나 혈당이 다소 나아졌다고 스스로 약을 줄이거나 끊으면 위험할 수 있으며,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걷기는 치료를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치료와 함께 이어 가는 생활 습관으로 보는 편이 맞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어서 무릎이나 발목에 통증이 생기거나 넘어질 위험도 살펴야 한다.

바로 걸어도 되는 사람과 상담이 먼저인 사람

심장 질환을 앓은 적이 있거나 관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 고혈압과 당뇨가 심한 사람, 60세 이상이면서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어르신은 먼저 병원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가 아니고 평소 일상 활동에 무리가 없다면 짧고 느린 걷기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걷는 중에 가슴 통증, 심한 어지러움, 호흡 곤란, 극심한 피로가 나타나거나 관절 통증이 계속되면 곧바로 멈춰야 한다. 증상이 가라앉더라도 그대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세와 강도, 시간대부터 확인

자세는 허리를 펴고 시선을 10m 앞에 두며, 팔을 90도 정도 구부려 자연스럽게 흔드는 것이 기본이다. 보폭은 평소보다 10~15cm 넓히고 발뒤꿈치부터 디딘 뒤 발끝으로 밀어낸다. 걷기 전에는 발목 돌리기와 무릎 굽혔다 펴기를 10회씩, 허리 스트레칭을 30초가량 하고 5분쯤 천천히 걸으며 몸을 푼다.

강도는 옆 사람과 대화는 되지만 노래는 부르기 어려운 “약간 숨찬 정도”가 기준이 된다. 최대심박수(220에서 나이를 뺀 값)의 60~70%를 참고할 수 있어, 60세라면 1분에 96~112회 정도다. 다만 이 계산은 대략적인 값이고 심장약을 먹는 사람은 맞지 않을 수 있어 의사에게 적정 범위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목표는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 모두 합쳐 주 150분이다. 한 번에 어렵다면 10분씩 세 번 나누어 걸어도 된다. 처음 1주는 하루 10분씩 편한 속도로, 2주차는 15~20분, 3주차는 25분으로 늘리고 4주차에 30분을 채우는 식으로 차근차근 올리는 방법이 있다.

시간대는 꾸준히 지킬 수 있는 때를 고르면 된다. 고혈압이 있으면 기상 직후는 피하고, 아침에는 빈속보다 가볍게 먹은 뒤 나서는 편이 낫다. 점심에는 식사 직후보다 30분쯤 지나서, 저녁에는 잠들기 2시간 전까지 마치기를 권한다.

장소는 공원이나 산책로, 평탄한 강변과 호수 주변이 무난하고, 날씨가 나쁘면 트레드밀(실내 걷기 기계)을 쓸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도로, 인도가 없는 길,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환경은 피한다. 여름에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물을 챙겨 걷고, 겨울에는 이른 아침을 피해 모자와 장갑을 갖추고 눈길과 빙판을 조심한다.

오래 이어 가려면 배우자나 친구와 함께 걷거나, 코스를 바꾸고 만보기로 걸음 수를 확인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다면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에게 알맞은 강도와 약 복용 시 주의할 점을 묻고, 동네에서 걷기 방법을 안내받을 곳은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