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는 병원 갈 시점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의사의 진단과는 별개다
쉬는 중 가슴 통증, 평지 숨참, 잦은 어지러움이 있으면 점수와 상관없이 진료부터 확인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도 “내 심장은 정말 괜찮을까” 하는 물음이 남는 경우가 있다. 나이와 가족력, 건강 수치, 생활습관, 증상을 20개 문항으로 따져 보는 심혈관 질환(심장과 혈관에 생기는 병) 자가진단은 이런 궁금증을 3분 남짓에 점검해 보는 방법이다. 다만 점수가 낮다고 심장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고, 점수가 높다고 병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네 갈래로 나눠 점수를 더한다
첫 갈래는 바꿀 수 없는 배경 위험이다. 나이는 45세 미만 0점, 45~54세 1점, 55~64세 2점, 65세 이상 3점으로 매긴다. 성별은 폐경 전 여성 0점, 남성이나 폐경 후 여성 2점이다. 부모나 형제 가운데 심혈관 질환자가 있으면 60세 이후 발병은 1점, 60세 이전 발병은 3점을 더한다. 이 기준대로면 65세 이상 어르신은 대부분 나이와 성별만으로 5점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둘째는 건강 수치다. 혈압은 120/80 미만 0점, 120~139/80~89 1점, 140/90 이상 3점이고,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면 2점이다. 공복 혈당은 100 미만 0점, 100~125 1점, 126 이상이거나 당뇨가 있으면 3점이다. 총콜레스테롤은 200 미만 0점, 200~239 1점, 240 이상 3점이며 수치를 모르면 2점으로 친다. BMI(체질량지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18.5~24.9 0점, 25~29.9 1점, 30 이상 2점이고,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이면 2점이다.
셋째는 생활습관이다. 흡연은 비흡연 0점, 금연 5년 이상 1점, 금연 5년 이내 2점, 현재 흡연 3점이다. 음주는 거의 하지 않으면 0점, 주 2~3회 적정량이면 1점, 주 4회 이상이거나 과음하면 2점이다. 운동은 주 150분 이상 0점, 60~150분 1점, 60분 미만 2점, 거의 하지 않으면 3점이다. 식습관은 채소와 생선 위주 0점, 보통 1점, 가공식품과 기름진 음식이 많으면 2점이다. 스트레스는 잘 관리되면 0점, 보통 1점, 만성이면 2점이고, 수면은 7~8시간 0점, 6~7시간 1점, 6시간 미만 2점이다.
넷째인 증상 항목이 가장 무겁다.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은 운동할 때 가끔 나타나면 2점, 자주 나타나거나 쉬는 중에도 나타나면 5점이다. 숨이 차는 증상은 계단을 오를 때 심하면 2점, 평지에서도 나타나면 5점이다. 어지러움이나 실신은 1~2회 겪었으면 2점, 잦으면 5점이다. 두근거림은 가끔 1점, 자주 또는 길게 나타나면 3점이고, 발목과 다리 부종은 가끔 1점, 자주 3점이며, 극심한 피로는 최근 나타났으면 2점, 지속되면 3점이다.
점수와 진단은 다르다
모두 더한 점수는 0~10점 저위험군, 11~20점 경계군, 21~35점 중위험군, 36점 이상 고위험군으로 나눈다. 그러나 이 구간은 어디까지나 병원을 찾을 시점을 가늠하는 잣대이고, 자가진단이 의사의 진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스스로 답한 내용이어서 수치를 모르거나 증상을 가볍게 여기면 점수가 실제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증상의 조합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가슴 통증과 숨참이 겹치면 협심증(심장 근육에 피가 부족해 가슴 통증이 생기는 병), 부종과 피로가 겹치면 심부전(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진 상태), 두근거림과 어지러움이 겹치면 부정맥(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상태)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역시 병명을 확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흔한 오해도 있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다는 결과와 관상동맥(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건강하다는 사실은 별개다. 일반 검진만으로는 관상동맥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워, 위험이 높은 사람은 관상동맥 CT 같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은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되기도 하므로 증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기도 어렵다. 30~40대 심근경색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나이만 믿기도 어렵다.
당장 진료가 필요한 사람과 지켜봐도 되는 사람
총점과 관계없이 5점짜리 증상이 하나라도 있으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쉬는 중에도 나타나는 가슴 통증, 평지에서도 차는 숨, 잦은 어지러움이나 실신이 여기에 든다. 증상이 갑자기 심해지는 등 응급 상황으로 보이면 망설이지 말고 119에 연락할 필요가 있다.
36점 이상인 고위험군은 미루지 말고 늦어도 1주일 안에 병원을 찾고, 가족에게도 상태를 알려 두는 것이 좋다. 21~35점인 중위험군은 1개월 안에 심장 전문 검진을 받아 심전도,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필요 여부와 약물 치료 필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11~20점인 경계군은 3개월 안에 건강검진을 받고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재면서 생활습관을 고치는 일부터 시작할 만하다.
0~10점이고 증상도 없는 저위험군이라면 서둘러 정밀 검사를 받기보다 지금의 습관을 유지하며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다만 새로 생긴 증상이 있다면 점수가 낮아도 진료를 받아 보는 편이 낫다.
병원에 가져갈 것과 물어볼 것부터 확인
진료를 받기로 했다면 자가진단 결과, 최근 건강검진 결과지, 복용 중인 약 목록, 증상을 적어 둔 일기, 가족력 정보를 챙겨 가면 상담에 도움이 된다.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모른다면 최근 검진 결과지나 보건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혈압 약을 먹으면 점수가 더해진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된다.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진료실에서는 현재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약물 치료가 필요한지, 생활습관 가운데 무엇부터 고칠지를 물어볼 수 있다.
점수가 어느 구간이든 판단이 서지 않으면 주치의나 가까운 내과, 심장내과에 문의하면 된다. 건강검진 대상 여부와 검진 일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혈압과 혈당 측정 등 지역 건강 관리는 보건소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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