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없는 것과 혈관이 건강한 것은 다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과 허리둘레부터 매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정상”이라는 글자를 확인하면 심장 걱정은 뒤로 미루기 쉽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의 약 70%는 50세 이후에 처음 발병한다. 다만 이 수치를 “50세 전에는 안심해도 된다”로 읽는 것은 흔한 오해다.
발병 시점과 혈관이 나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심근경색은 30대 후반에도 생길 수 있으며, 40대에 쌓인 혈관 손상이 뒷날의 발병과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관리가 강조된다. 이미 60대를 넘긴 어르신에게도 혈압과 혈당 관리는 여전히 필요한 일이다.
40대부터 몸에서 달라지는 네 가지
첫째는 혈관이다. 젊을 때 탄력 있던 혈관은 40대 무렵부터 동맥경화(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굳어지는 현상)가 진행되기 시작할 수 있고, 한 번 굳어진 혈관은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렵다. 증상이 거의 없이 진행될 수 있어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둘째는 호르몬이다. 여성은 폐경을 전후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크게 줄면서 심장을 보호하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남성도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줄면 체지방이 늘기 쉽다.
셋째는 기초대사량(가만히 있어도 몸이 쓰는 에너지)이다. 해마다 1~2%씩 떨어진다는 설명이 있으며, 같은 양을 먹어도 뱃살이 붙기 쉬운 이유로 꼽힌다. 넷째는 스트레스다. 직장에서 맡는 책임이 커지고 부모 부양과 자녀 교육이 겹치는 시기여서, 오래 이어지는 스트레스가 혈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검진 결과 “정상”과 혈관 건강은 다르다
기본 검진에서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혈관 상태까지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은 해마다 수치의 변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중 LDL 콜레스테롤(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은 130mg/dL을 넘으면 관리를 시작할 기준으로 제시된다.
허리둘레도 집에서 잴 수 있는 지표다. 남성 90cm, 여성 85cm를 넘으면 대사증후군(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등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점검의 기준일 뿐, 넘었다고 곧바로 병이 있다는 뜻은 아니며 진단은 의료기관에서 받아야 한다.
기본 검진 외에 관상동맥 CT(심장 혈관 컴퓨터단층촬영)나 경동맥 초음파(목 혈관 초음파)를 고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추가 검사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며, 나이와 가족력, 기존 수치를 놓고 주치의와 상의해 정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금연·운동·수면, 효과와 한계를 나눠 봐야
생활 습관 가운데 자주 거론되는 것은 금연이다. 40대에 담배를 끊으면 15년 뒤 심장 위험이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된다는 설명이 있어, 늦었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술도 함께 줄이는 것이 좋다.
운동은 주 150분이 흔히 권장되는 기준이다. 걷기, 수영, 자전거 가운데 무엇이든 괜찮고, 격한 운동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면 출퇴근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거나 저녁에 30분 걷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가슴 통증이 있거나 심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운동 강도를 먼저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수면은 7시간 정도가 권장된다. 40대의 수면 부족이 심혈관 위험을 1.5배 높인다는 수치도 언급되지만, 잠이 모자란 사람은 스트레스나 생활 습관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경우도 있어 잠만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생활 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도 별개다. 이미 혈압약이나 고지혈증약을 먹고 있다면 운동을 시작했다고 임의로 줄이지 말고,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으면 더 일찍, 무엇을 물어야 하나
특히 먼저 챙겨야 할 사람은 부모가 55세 이전에 심근경색을 겪은 경우다. 이때는 검진을 10년가량 일찍 시작하라는 권고가 있다. 유전적 요인은 바꿀 수 없어도 더 철저히 관리하면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흡연자,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 혈압이나 혈당이 경계 수준인 사람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반대로 가족력이 없고 수치가 안정적이며 증상도 없는 사람이 곧바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매년 기본 수치를 확인하고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반면 가슴 통증이나 숨참처럼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당장 할 일은 올해 건강검진 일정을 잡고, 집에서 허리둘레와 혈압을 재어 기록해 두는 것이다. 진료 때는 자신의 LDL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어느 수준인지, 가족력을 고려할 때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를 주치의에게 물어볼 수 있다. 검진 일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생활 습관 관리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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