휜 정도와 아픈 정도는 꼭 같이 가지 않는다
교정기와 운동은 각도를 되돌리기보다 불편을 줄이는 수단
통증이 걸음을 바꾸기 시작하면 족부 진료를 받는다

아침에 신발을 신을 때마다 엄지발가락 뿌리 쪽이 쓸리고, 저녁이면 그 자리가 붉게 부어오른다. 거울에 비친 발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기울어 있다. 다만 발 모양이 변했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급한 것은 아니다. 무지외반증 관리에서 먼저 볼 것은 휜 각도가 아니라 통증, 그리고 그 통증이 걸음을 얼마나 바꾸고 있는지다.

튀어나온 뼈가 신발과 부딪히는 자리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바깥쪽(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엄지발가락 뿌리의 뼈가 안쪽으로 튀어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튀어나온 부위가 신발 안쪽과 계속 쓸리면 붉은 부기와 굳은살, 물집이 생기고 통증이 따라온다.

원인은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는다. 타고난 발 모양과 가족력, 평발, 앞볼이 좁거나 굽이 높은 신발을 오래 신은 습관이 함께 거론된다. 여성에게 더 흔하다는 점도 여러 진료 현장에서 공통으로 보고된다.

통증이 오래가면 아픈 곳을 피해 발 바깥쪽으로 딛게 된다. 이렇게 바뀐 걸음은 발바닥 다른 부위의 굳은살이나 무릎·허리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균형이 흔들리면 넘어질 위험도 생기므로, 어르신에게는 발 통증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각도는 진단 기준, 치료 판단은 생활 불편이 가른다

병원에서는 서서 찍은 발 엑스레이로 엄지발가락이 휜 각도(무지외반각)를 잰다. 흔히 15도를 넘으면 무지외반증으로 보고, 각도에 따라 경증·중등도·중증으로 나눈다. 그러나 각도가 큰데도 통증이 거의 없는 사람이 있고, 각도는 작아도 신발을 신기 어려울 만큼 아픈 사람도 있다. 그래서 각도 숫자만으로 수술 여부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수술은 보통 신발을 바꾸고 보조기를 써도 통증이 계속되고, 걷기와 같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 검토한다. 발 모양을 예쁘게 하려는 목적만으로는 권하지 않는다. 수술 방법과 회복 기간은 휜 정도와 뼈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담당 전문의와 따로 상의해야 한다.

교정기·운동이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

비수술 관리의 중심은 신발이다. 앞볼이 넉넉해서 발가락이 안에서 움직일 수 있고, 굽이 낮으며, 끈이나 벨트로 발등을 단단히 잡아 주는 신발이 기본이다. 발바닥 아치를 받쳐 주는 깔창과 튀어나온 부위를 감싸는 보호 패드는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시중의 발가락 교정기와 보조기는 통증과 마찰을 덜어 주는 보조 수단이다. 이미 휜 뼈를 원래대로 되돌리거나 진행을 멈춘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무엇을 위해 쓰는지부터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수건을 발가락으로 끌어당기기, 작은 공이나 캔을 발바닥으로 굴리기 같은 운동은 발 근육을 쓰고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부드럽게 주무르는 것도 같은 목적이다. 다만 관절 질환이나 다른 지병으로 약을 먹고 있다면 새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매일 밤 발을 살피는 습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발가락 모양과 굳은살, 물집, 붉게 부은 곳을 확인하는 습관이 관리의 출발점이다. 특히 당뇨가 있는 어르신은 작은 상처도 쉽게 덧날 수 있으므로 신발에 쓸린 자국을 그냥 두지 않아야 한다.

통증이 몇 주째 계속되거나, 아픈 곳을 피해 걷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정형외과나 족부 전문의를 찾을 때다. 진료실에서는 "언제부터, 어떤 신발을 신을 때 아픈지", "하루에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를 미리 정리해 말하면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