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수분 보충용으로 찾는 수박, 건강 효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찰 연구에서 나온 연관성과 질병 치료 효과는 별개다
혈당·신장 질환이 있다면 하루 먹을 양을 주치의와 정해 둘 필요가 있다

한여름 오후, 냉장고에서 꺼낸 수박 한 조각은 갈증을 달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수박이 암이나 혈관 건강에도 좋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일부러 챙겨 먹는 어르신도 늘고 있다. 다만 수박이 병을 막거나 고친다는 근거는 아직 없고, 지병에 따라서는 오히려 양을 조절해야 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수분이 대부분인 과일, 리코펜과 시트룰린도 들어 있다

수박은 무게의 90% 이상이 수분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몸에 물을 채워 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갈증을 덜어 탈수를 예방하는 보조 수단으로 쓸 수 있다.

붉은 과육에는 리코펜(토마토 등에 많은 붉은 색소 성분)이 들어 있고, L-시트룰린(혈관 기능과 관련해 연구되는 아미노산의 일종)도 함유돼 있다. 이런 성분이 건강 관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수박에 대한 관심을 키운 배경이다.

대장암 위험 낮았다는 보고, 원인과 결과는 다르다

많은 사람을 오랜 기간 지켜본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수박을 꾸준히 먹은 사람에게서 대장암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L-시트룰린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소규모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함께 나타났다”는 것과 “수박 때문에 좋아졌다”는 것은 다르다. 수박을 즐겨 먹는 사람이 평소 채소를 많이 먹거나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 전반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소규모 연구 역시 대상자가 적어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박은 즐겨 먹을 만한 과일이지만 약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수박의 식이섬유(장운동을 돕는 소화되지 않는 성분)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수박만으로 변비나 장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고, 채소, 통곡물, 콩류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함께 먹을 필요가 있다.

당뇨·신장 질환이 있는 어르신은 양 조절이 먼저다

나이가 들면 목마름을 잘 느끼지 못해 물을 덜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르신에게 수박은 물 대신 맛있게 수분을 채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차가운 수박은 배탈을 일으킬 수 있어 적당히 시원한 정도로 먹는 편이 낫다.

당뇨병이 있거나 혈당 조절 약을 먹는 어르신은 사정이 다르다. 수박은 단맛이 나는 만큼 당분도 들어 있다. 중간 크기 한 조각, 약 150g이 과일 1회 분량으로 탄수화물이 12g 안팎 들어 있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하루 먹을 양을 정해 두고 나눠 먹는 방식이 혈당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

고혈압이나 신장 질환처럼 다른 만성질환이 있거나 특정 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도 수박 섭취가 몸 상태나 약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반대로 특별한 지병이 없는 어르신이라면 굳이 피할 이유는 없고, 다양한 음식으로 차린 식단의 일부로 즐기면 된다.

주치의에게 물어볼 것

수박을 먹은 뒤 배가 불편하거나 혈당이 평소보다 높게 나오는 등 이상이 있다면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진료 때는 하루에 수박을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 복용 중인 약과 함께 먹어도 괜찮은지, 신장 기능을 고려할 때 제한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

건강 정보는 참고 자료일 뿐 개인의 몸 상태를 대신 판단해 주지는 않는다. 수박 섭취량이 고민된다면 주치의나 약사와 상의하고, 식단 전반에 대한 조언은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