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지 않는 어르신도 지방간 진단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뱃살과 만성질환, 일부 약이 간에 기름을 쌓이게 할 수 있다
정기 검진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식사·운동 계획은 주치의와 정할 필요가 있다

평생 술을 멀리해 온 어르신이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가 있다.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병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는 술과 관계없이 생기는 지방간이 더 흔한 편이어서, 음주 여부만으로 간 건강을 안심하기는 어렵다.

술과 무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무엇이 원인인가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지나치게 쌓인 상태를 말한다. 이 가운데 음주와 관련 없이 생기는 것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들면 몸을 움직이는 양은 줄어드는데 먹는 양은 그대로이거나 늘어나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쓰고 남은 에너지가 간에 지방으로 쌓일 수 있다.

특히 배 둘레에 살이 붙는 이른바 “나잇살”은 간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혈액 속 지방이 많은 상태)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어르신에게도 지방간이 더 흔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스테로이드처럼 일부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지방간이 생기는 사례도 있어, 오래 먹는 약이 있다면 주치의와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증상이 없다는 것과 괜찮다는 것은 다르다

지방간이 까다로운 이유는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아픈 곳이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증상이 없다는 사실과 간이 건강하다는 사실은 별개다. 방치하면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지방간이 심장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는 지방간이 있는 사람에게서 그런 경향이 보인다는 의미로, 지방간이 곧바로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뜻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간뿐 아니라 몸 전체 건강과 맞물린 문제로 살펴볼 이유는 충분하다.

누가 더 살펴야 하나, 식사와 운동은 어떻게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뱃살이 늘었거나, 당뇨병·고지혈증을 앓고 있거나, 스테로이드 등 약을 오래 복용 중인 어르신은 간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지방간이 있다고 해서 모두 심각한 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일찍 발견해 생활 습관을 바꾸면 좋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만하다.

식사는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고르고, 튀김이나 기름진 음식, 달콤한 빵과 과자, 설탕이 든 음료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채소와 해조류는 넉넉히, 살코기나 생선 같은 담백한 단백질은 충분히 먹되 양은 적당히 조절하는 편이 좋다. 갑자기 굶는 식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운동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동네 산책, 맨손 체조, 스트레칭, 텃밭 가꾸기, 가까운 가게까지 걸어가기 같은 일상 활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10분, 익숙해지면 20분으로 조금씩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무난하다. 체중은 3~6개월에 걸쳐 현재 몸무게의 10% 정도를 목표로 천천히 줄이는 것이 안전한 방법으로 꼽힌다.

검진으로 확인하고 계획은 전문가와

증상이 없는 지방간은 검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1년에 한 번 정도 건강검진을 받고, 간 상태를 직접 볼 수 있는 복부 초음파 검사도 함께 챙길 필요가 있다. 초음파 검사를 함께 받을 수 있는지는 검진 기관에 미리 물어볼 수 있다.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면 식단과 운동 방법, 다른 만성질환과의 관계를 주치의와 상의해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순서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약효에 영향이 없는지 주치의나 약사에게 먼저 확인하고, 체중 조절이 어렵다면 영양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운동 강도 역시 몸 상태에 맞게 주치의와 정한 뒤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