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열 없이 눈에만 결핵균이 자리 잡는 경우가 있다
단순 노안과 시신경 염증, 결핵약 부작용은 서로 다르다
시력이 갑자기 변하면 안과에서 결핵 여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날 아침 한쪽 눈이 뿌옇게 보이거나 시야 한가운데가 검은 점처럼 가려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많은 어르신이 이를 나이 탓으로 여기고 넘기기 쉽다. 다만 이런 변화가 드물게 눈에 들어온 결핵균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결핵은 폐에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결핵이라고 하면 대개 폐를 떠올리지만, 결핵균이 눈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를 “안결핵”이라고 부른다. 눈 안쪽의 시신경(눈에서 받은 빛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시야가 흐려지고, 심하면 실명(시력을 완전히 잃는 것)에 이를 수 있다.

안결핵이 까다로운 이유는 기침, 가래, 열, 체중 감소 같은 흔한 결핵 증상이 없어도 생길 수 있다는 데 있다. 겉으로 건강해 보이던 젊은 사람이 한쪽 눈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시야 중심이 잘 보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을 받는 사례도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병이다.

흐린 시야와 안결핵은 다르다

시야가 흐려지는 원인은 노안, 백내장, 안구건조 등 여러 가지가 있어 흐린 시야가 곧 안결핵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력이 짧은 기간에 눈에 띄게 떨어지거나 한쪽 눈에만 검은 점이 보이는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는 노화와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

치료 방향도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인 시신경 염증과 달리 안결핵은 결핵약을 함께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제때 찾아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을 영구히 잃을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핵 치료 중에 나타나는 눈 이상도 따로 살펴야 한다. 결핵약 가운데 에탐부톨처럼 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이 들어간 약이 있다. 병 때문인지 약 때문인지는 의사가 판단할 문제이므로, 스스로 약을 끊거나 양을 줄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요양시설 생활, 만성질환이 있으면 더 주의

특히 주의가 필요한 사람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 곳에 머무는 어르신, 당뇨병이나 만성 신장병(신부전증)처럼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쉬운 질환을 앓는 어르신이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몸속에 잠복해 있던 결핵균이 다시 활동하기 쉬워질 수 있다.

반대로 시야 변화가 오래전부터 천천히 진행됐고 이미 안과에서 원인을 확인한 경우라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평소와 다른 갑작스러운 변화가 겹친다면 다시 진료를 받아 보는 편이 안전하다.

예방 차원에서는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생활로 면역력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당뇨병, 고혈압 같은 기존 질환은 주치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 퍼질 수 있으므로 공동생활 공간에서는 손을 자주 씻고, 기침할 때 옷소매나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며, 실내를 자주 환기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시력 변화부터 확인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눈앞에 검은 점이 보이고 사물이 흐릿해지면 통증이 없더라도 바로 안과를 찾는 것이 좋다. 진료 때는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 한쪽 눈인지 양쪽인지, 당뇨병이나 신장병이 있는지,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지를 함께 알리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의심스러운 경우 결핵 검사를 포함한 정밀 검사가 필요한지도 물어볼 수 있다.

이미 결핵약을 먹고 있다면 처방받은 복용법을 지키면서 눈의 변화를 지켜보고, 이상이 생기면 지체 없이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 복용 중인 약이 눈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면 약사에게 확인할 수 있고, 결핵 검사나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서도 안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