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운동 자체가 느려진 대장무력증은 보통 변비와 원인이 다르다
변비약이 듣지 않으면 복용 약을 점검하고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화장실에 가도 시원하지 않은 날이 이어지면 많은 어르신이 “나이가 들어 그렇다”며 참고 지낸다. 물을 더 마시고 채소를 늘려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모든 변비가 생활 습관만으로 풀리는 것은 아니며, 대장의 움직임 자체가 약해진 대장무력증일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장을 미는 힘이 약해진 상태
대장은 소화하고 남은 찌꺼기를 근육의 움직임으로 조금씩 밀어내 몸 밖으로 보낸다. 대장무력증은 이 근육이나 신경의 기능이 떨어져 장의 움직임이 매우 느려지거나 거의 멈춘 상태를 가리킨다. 의학적으로는 서행성 변비(장 내용물이 지나가는 속도가 느려 생기는 변비)라고도 부른다.
의심해 볼 만한 신호로는 일주일 넘게 배변이 몹시 힘든 경우, 변비약을 먹어도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 배변 뒤에도 무언가 남은 듯한 잔변감이 계속되는 경우가 꼽힌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입맛이 떨어지고 체중이 줄 수 있다. 오래 내버려 두면 장이 비정상적으로 부풀거나 심하면 장이 막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물과 섬유질로 풀리는 변비와는 별개다
흔한 변비는 물을 적게 마시거나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생활을 바꾸면 좋아지는 일이 많다. 반면 대장무력증은 장의 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어서 같은 방법이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장이 내용물을 밀어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섬유질을 지나치게 늘리면 오히려 장 안에 쌓이는 양이 많아져 더 답답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변비에는 물과 채소”라는 일반 상식이 누구에게나 들어맞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활 습관을 바꿨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방법을 더 세게 밀어붙이기보다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장무력증인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고, 진찰과 검사를 거쳐야 알 수 있다.
일상에서 장의 움직임을 돕는 습관
생활 습관만으로 대장무력증이 낫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장의 리듬을 돕는 방법은 있다. 장은 음식이 들어오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식사 뒤 15~20분 안팎이 장 운동이 활발한 때로 알려져 있다. 이 시간에 맞춰 매일 같은 때 화장실에 편하게 앉아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고, 변이 나오지 않더라도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을 움직이면 장도 함께 자극을 받는다. 집 안이나 가까운 공원을 걷는 정도로도 충분하며, 하루 30분가량 꾸준히 걷는 습관은 몸 전체의 순환에도 이롭다. 잠들기 전이나 아침에 누운 채로 배꼽 둘레를 시계 방향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는 복부 마사지, 따뜻한 수건을 배에 올려 두는 방법도 장을 편안하게 하는 데 쓰인다.
먹는 약부터 확인하고 진료를 받아야
혈압약이나 진통제처럼 오래 먹는 약 가운데 일부는 대장의 움직임을 느리게 할 수 있다.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어르신이라면 지금 먹는 약 중 장 운동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있는지 주치의나 약사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변비가 걱정된다고 스스로 약을 끊거나 양을 줄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생활 습관을 바꿨는데도 변비가 계속되고 일반 변비약이 잘 듣지 않는다면 주치의나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료 때는 배변 간격과 잔변감, 입맛과 체중 변화, 복용 중인 약 목록을 미리 적어 가면 상태를 설명하기 쉽다. 가까운 병원을 고르기 어렵다면 지역 보건소에 상담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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