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쉬기를 되풀이하게 만드는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디스크와 달리 신경 통로가 좁아지는 퇴행성 변화가 원인일 수 있어
자세와 운동, 체중 관리를 꾸준히 하고 위험 신호는 바로 진료

동네 한 바퀴를 채 돌기 전에 다리가 저려 길가 벤치에 앉아 쉬어야 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허리와 다리가 함께 아프면 많은 사람이 먼저 허리 디스크를 떠올린다. 다만 노년층에서 흔한 이런 증상은 디스크와는 성격이 다른 척추협착증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어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좁아진 신경 통로가 다리 저림을 부른다

척추협착증은 척추 안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길인 척추관(척수와 신경이 통과하는 뼈 사이 공간)이 나이가 들며 점점 좁아지는 질환이다. 통로가 좁아지면 그 안의 신경이 눌리고, 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까지 저리거나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징적인 모습은 걷는 동안 다리가 저리고 아파 자꾸 멈춰 서게 되지만, 허리를 앞으로 약간 숙이거나 앉으면 증상이 누그러진다는 점이다. 허리를 굽히면 좁아진 통로가 잠시 넓어지면서 신경이 받는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는 그런대로 할 만한데 걷기만 유독 힘들어졌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디스크와 협착증은 원인부터 다르다

허리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의 물렁한 연골 조직이 밀려 나와 신경을 누르는 상태다. 반면 척추협착증은 노화에 따라 척추의 여러 구조가 조금씩 변하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나이가 들며 조직이 닳고 변형되는 질환)에 해당한다. 원인이 다른 만큼 치료 방법과 관리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하나 짚어 둘 점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치료로 증상이 나아졌다고 해서 척추의 변화 자체가 사라지는 것과는 별개다. 그래서 이 질환은 평생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좋다. 다만 퇴행성 변화가 있다고 해서 일상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생활 습관을 통해 증상을 다스리고 악화를 늦출 수 있다.

자세, 운동, 체중이 관리의 세 축

먼저 자세다. 앉을 때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등받이에 기대는 편이 좋다.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한쪽 발을 낮은 발판에 올리거나 허리를 살짝 숙인 자세가 부담을 덜 수 있다. 한 자세로 오래 머무르기보다 틈틈이 자세를 바꿔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음은 허리 주변 근육을 키우는 가벼운 운동이다. 걷기가 버겁다면 물속 걷기나 실내 자전거처럼 허리 부담이 적으면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닥에 누워 무릎을 세운 뒤 허리를 바닥에 붙이듯 골반을 살짝 들어 올리는 골반 기울이기, 한쪽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기는 스트레칭도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아침저녁 가벼운 허리와 다리 스트레칭은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천천히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마지막은 체중이다. 몸무게는 고스란히 척추에 실리기 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허리 부담이 커지고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다.

위험 신호와 진료 전 확인할 것

생활 관리로 버틸 수 있는 경우와 곧바로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다르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 통증이 심하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 때, 소변이나 대변을 조절하기 어려워지는 등 갑작스럽고 심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미루지 말고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이미 여러 약을 먹고 있거나 다른 만성질환이 있는 어르신이라면 새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진료 때는 몇 분쯤 걸으면 다리가 저리는지, 숙이거나 앉으면 나아지는지, 자전거는 괜찮은지를 미리 정리해 가면 디스크와 협착증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증상이 애매하다면 가까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또는 보건소에 먼저 문의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