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비둘기 배설물이 마르면 먼지처럼 날릴 수 있다
썩은 나무와 낙엽 흙에도 같은 곰팡이가 자랄 수 있다
건조한 날 마스크·장갑·손 씻기부터 챙길 필요가 있다

공원 산책이나 동네 뒷산 오르기는 어르신들이 가장 손쉽게 하는 운동이다. 벤치 주변에 모여든 비둘기는 산책길의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다만 비둘기를 그저 귀여운 새로만 볼 일은 아니다. 마른 배설물 가루와 썩은 나무 주변 먼지에 섞인 곰팡이가 폐로 들어가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른 배설물 가루가 바람을 타면

비둘기 배설물이 바싹 마르면 고운 가루가 된다. 바람이 불고 건조한 날에는 이 가루가 흙먼지처럼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 숨을 쉴 때 가루 속 곰팡이 균이 폐에 들어가면 “폐 곰팡이 감염증”(곰팡이가 폐에 자리 잡아 생기는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기침이나 숨이 차는 정도로 시작할 수 있지만, 심해지면 숨쉬기가 몹시 힘든 급성 호흡곤란까지 갈 수 있다. 미국에서는 면역력에 별문제가 없던 60대 남성이 이 감염으로 크게 앓은 사례가 보고됐다고 한다. 비둘기를 직접 만지거나 깃털 먼지를 들이마시면 앵무병(새를 통해 옮는 세균성 폐렴), 살모넬라증(장염을 일으키는 세균 감염) 같은 다른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비둘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곰팡이는 비둘기 배설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길에서 흔히 보이는 썩은 나무, 오래된 고목의 옹이 구멍, 참나무와 소나무 주변의 흙과 낙엽에서도 자랄 수 있다. 메마른 날 산길에서 흙먼지가 일 때 곰팡이 포자(번식용 미세한 알갱이)가 함께 날릴 수 있다는 뜻이다.

주말농장에서 썩은 나무를 옮기는 일, 낡은 건물을 허물거나 고치는 현장도 눈여겨볼 곳이다. 이런 곳에는 비둘기 배설물과 썩은 나무가 뒤섞여 있어 곰팡이가 더 많이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산책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먼지가 많이 이는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은 다르다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더 조심해야 할 사람, 헷갈리기 쉬운 증상

폐 곰팡이 감염증은 국내에서는 아직 흔한 병이 아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만은 아니며,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어르신, 항암 치료나 장기 이식 등으로 면역 기능이 약해진 사람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은 균이 폐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면역력이 약하면 균이 혈액을 타고 뇌까지 번져 크립토코쿠스 뇌수막염(곰팡이가 뇌를 싸는 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처럼 위중한 병으로 커질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이 병은 폐렴, 폐암, 폐결핵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 처음에는 구별이 어렵다고 한다. 기침이나 숨참이 오래가면 단순 감기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으므로, 최근 비둘기가 많은 곳이나 공사 현장, 썩은 나무를 다룬 일이 있었는지 진료 때 함께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스크와 손 씻기부터 확인

예방은 어렵지 않다. 건조하거나 바람이 센 날 비둘기가 많은 공원, 낡은 건물 주변을 지날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일은 삼가고, 비둘기가 앉았던 벤치나 난간도 오염됐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외출 뒤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식사 전이나 얼굴을 만지기 전에는 한 번 더 챙기는 것이 좋다. 텃밭 일이나 등산 중 썩은 나무와 흙을 만질 때는 장갑을 끼고, 일을 마친 뒤 옷의 흙먼지를 털고 몸을 씻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지병이 있거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약을 먹고 있다면 야외 활동 때 어느 정도 조심해야 하는지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침과 숨참이 이어지면 미루지 말고 가까운 내과나 보건소에서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