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면 뇌 건강 걱정도 커진다
늘 하던 놀이와 몸을 함께 쓰는 새로운 활동은 뇌에 주는 자극이 다르다
운동, 배움, 식사와 잠, 혈압과 청력 관리부터 차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떠오르지 않거나 사람 이름이 입안에서만 맴돌 때, 많은 어르신이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품는다. 그래서 화투나 낱말 맞추기를 꾸준히 하며 머리를 쓰려는 어르신도 적지 않다. 다만 같은 놀이를 오래 되풀이하면 뇌가 그 활동에 익숙해져, 처음만큼의 자극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뇌는 새로운 경험에서 길을 낸다

뇌에는 경험에 따라 신경 연결을 새로 만들고 다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신경 가소성(뇌가 쓰임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능력)이라고 부른다. 말랑한 찰흙에 새 자국이 나듯, 낯선 일을 해 볼 때마다 뇌 안에 새로운 길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화투나 낱말 맞추기도 처음 시작할 때는 뇌를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손에 익으면 뇌는 이미 아는 길로만 다니게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새로운 것”과 “몸을 함께 쓰는 것”이라는 두 조건을 갖춘 활동을 권한다. 머리만 쓰는 활동보다 몸과 뇌를 함께 움직이는 활동이 뇌에 더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고 낯선 일에 도전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은 걷기다. 동네를 돌 때 숨이 조금 찰 정도로 걸음을 빠르게 하고, 팔을 힘 있게 흔들면 운동 효과를 더 얻을 수 있다. 여건이 된다면 탁구처럼 공의 방향을 읽고 곧바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운동도 머리와 몸을 동시에 쓰게 한다.

새로운 배움도 거창할 필요는 없다. 늘 다니던 길 대신 다른 길로 산책하기, 잠깐씩 왼손 쓰기 연습하기, 처음 보는 요리법 따라 하기, 간단한 악기 배우기, 가족이나 친구와 새로운 화제로 이야기 나누기 같은 일상의 작은 변화가 뇌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음식과 잠은 보조 수단, 만병통치약과는 다르다

식사에서는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 호두 같은 견과류,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자주 꼽힌다. 요리할 때 올리브유를 쓰는 것도 몸속 염증을 줄이는 식습관의 하나로 소개된다. 다만 특정 음식 하나가 치매를 막아 준다고 보기는 어렵고,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는 식사 전체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

잠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 7~8시간 정도 깊이 자는 동안 뇌에 쌓인 노폐물이 정리된다는 설명이 있다. 밤잠이 자주 끊기거나 낮에 지나치게 졸린 상태가 이어진다면 생활 습관만으로 넘기기보다 원인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지병이 있다면 운동 전 상담, 혈압과 청력부터 확인

약을 먹고 있거나 지병이 있는 어르신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같은 걷기라도 심장이나 관절 상태에 따라 알맞은 속도와 시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어르신이라면 혈압과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는 일이 뇌 건강의 바탕이 된다. 난청(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도 뇌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말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텔레비전 소리를 자꾸 키우게 된다면 청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깜빡하는 일이 걱정될 때는 혼자 판단하기보다 주치의나 가까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물어 검사와 상담을 받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