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으나 지나치게 긴 잠은 건강과 별개로 봐야 한다
잠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변화가 길어지면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걱정거리가 생기면 밤새 뒤척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낮에도 꾸벅꾸벅 졸다가 이른 저녁부터 잠자리에 드는 사람도 있다. 같은 스트레스인데 왜 어떤 이는 잠을 잃고 어떤 이는 잠에 빠져드는 것일까. 다만 졸음이 쏟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푹 자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라고 여기는 것은 흔한 오해다.
긴장이 길어지면 몸은 방전된다
사람의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스트레스 상황에 대응하도록 돕는 호르몬)을 내보낸다. 이 호르몬은 짧은 위기 상황을 넘기는 데 도움이 되지만, 스트레스가 오래 이어지면 몸이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그 결과 배터리가 바닥난 듯한 심한 피로가 찾아올 수 있다.
뇌도 비슷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계속되면 뇌가 스스로 회복하려고 잠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설명된다. 한 연구에서는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들에게서 수면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관찰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스트레스 뒤의 졸음은 몸이 쉬어 가라고 보내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충분한 휴식과 지나친 잠은 다르다
문제는 신호를 따르는 정도다. 적절한 휴식은 필요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루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것은 건강에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지나치게 긴 수면이 뇌졸중이나 다른 혈관 질환의 위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기억력 저하나 우울한 기분이 깊어지는 것과의 관련성도 거론된다.
국내 성인을 10년 동안 살펴본 연구에서는 하루 7시간 안팎을 자는 사람들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고, 9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은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이는 수면 시간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본 것이어서, 오래 자는 것이 곧바로 우울증을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울한 상태가 먼저 있어 잠이 늘었을 가능성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생활 리듬부터 다시 세운다
스트레스와 잠을 함께 다스리는 출발점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면 생체 리듬(몸이 하루 주기에 맞춰 움직이는 흐름)이 안정돼 잠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낮잠이 길어져 밤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살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낮 시간의 활동도 중요하다. 하루 30분 정도 햇볕을 쬐며 동네를 걷거나 집 안에서 가볍게 몸을 늘이는 체조를 하면 굳은 몸과 마음을 푸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즐겨 하던 취미, 천천히 숨을 고르는 호흡 운동, 좋아하는 음악 듣기, 따뜻한 차 한 잔처럼 자신에게 맞는 마음 풀기 방법을 찾아 두는 것도 권할 만하다.
오래 가는 피로는 진료실에서 확인한다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뒤 며칠 졸음이 늘었다가 회복된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 수 있다. 반면 뚜렷한 이유 없이 피로와 졸음이 계속되거나 잠자는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진 어르신이라면 혼자 참고 넘기기보다 원인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피로와 과다 수면은 스트레스 외에 다른 건강 문제와 맞물려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약이 수면 습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잠이 늘었거나 낮 졸음이 심해졌다면 언제부터였는지, 하루 몇 시간을 자는지, 새로 먹기 시작한 약이 있는지를 적어 두었다가 주치의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약에 관한 궁금증은 단골 약사에게 물어볼 수 있고, 마음의 부담이 오래 이어진다면 가까운 보건소의 상담 창구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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