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약해지는 간·콩팥 기능과 매일 먹는 약이 변수가 된다
먹는 영양제와 약을 모두 적어 주치의·약사에게 보여야 한다
날씨가 추워져 건강이 더 신경 쓰이는 때, 비타민, 오메가3, 유산균 같은 영양제를 챙기는 어르신이 많다. 꾸준히 몸을 돌보려는 습관 자체는 바람직하다. 다만 “몸에 좋다는 것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오해에 가깝고, 여러 제품을 함께 먹다 보면 뜻하지 않은 불편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문제는 “성분 중복”
어르신들이 먹는 영양제는 비타민 B군, 종합비타민, 오메가3, 칼슘, 마그네슘, 유산균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 가운데 여러 개를 함께 먹을 때 가장 자주 생기는 일이 같은 성분이 겹치는 것이다. 예컨대 비타민 B군 제품과 종합비타민을 함께 먹으면, 종합비타민에 이미 들어 있는 B군을 한 번 더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응급실 의료진이 간 수치가 높아진 환자에게 영양제나 약초 달인 물을 먹고 있는지 꼭 묻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지만 몸에 작용하는 성분을 담고 있어,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원인 가운데 하나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성분마다 지나칠 때 나타나는 신호가 다르다
비타민 B3(니아신)가 많이 든 제품은 얼굴과 가슴이 화끈거리며 붉어지는 증상을 부를 수 있고, 두통이나 어지럼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증상이 곧 간 손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이 계속되면 양을 줄이거나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낫다.
비타민 B6는 B군 제품뿐 아니라 마그네슘, 아연 영양제에도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모르는 사이 양이 늘기 쉽다. 지나치면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질 수 있고, 심하면 걷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이런 변화가 보이면 복용을 멈추고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A는 몸에 쌓이는 지용성 비타민(기름에 녹아 체내에 저장되는 비타민)이어서 많이 먹으면 간에 부담이 되거나 두통, 메스꺼움이 생길 수 있다. 오메가3는 빛과 열, 공기에 닿으면 변질될 수 있어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고, 평소와 다른 심한 냄새나 이상한 맛이 나면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음식 속 성분과 고용량 보충제는 다르다
같은 성분이라도 음식으로 먹는 것과 보충제로 먹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당근이나 시금치 같은 채소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몸에서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바뀌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반면 담배를 피우는 어르신에게는 고용량 베타카로틴 보충제가 좋지 않을 수 있어, 먹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주의가 필요한 사람은 혈압약, 당뇨약처럼 매일 약을 먹는 어르신이다. 영양제가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면 영양 성분을 처리하는 간과 콩팥의 기능이 조금씩 약해질 수 있어, 제품 수가 많을수록 몸이 받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복용하는 약이 없고 한두 가지 제품만 먹는 경우라도 성분표를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목록을 만들어 주치의·약사에게 보여야
먼저 할 일은 매일 먹는 모든 것을 종이에 적는 것이다. 영양제는 물론 병원 처방약, 한약, 건강즙까지 제품 이름과 들어 있는 성분, 하루 먹는 양을 함께 적어 두면 좋다. 적기 어렵다면 제품 포장이나 통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두는 방법도 있다.
새 영양제를 사기 전에는 이 목록을 들고 약사에게 기존 제품과 성분이 겹치지 않는지, 양이 지나치지 않은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정기 검진 때는 주치의에게 목록을 보여 주고 지금 먹는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귀찮아할까 망설일 이유는 없으며, 먹는 것을 빠짐없이 알리는 것이 정확한 조언을 받는 지름길이다.
영양제를 먹은 뒤 피부가 붉어지거나 손발이 저리거나 속이 불편해지는 등 평소와 다른 변화가 생기면 일단 복용을 멈추고 주치의나 단골 약국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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