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위주 식단에 관심을 두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식물성 식품을 더하는 식단과 동물성 식품을 끊는 엄격한 채식은 다르다
지병이나 복용약이 있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환절기가 되면 매일 먹는 밥상부터 바꿔 보려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나물과 과일을 늘리는 이른바 “초록빛 밥상”도 그중 하나다. 다만 채소가 몸에 좋다고 해서 고기와 유제품을 한꺼번에 끊는 것이 곧 건강해지는 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채소·과일·곡물, 무엇이 도움이 되나

채소, 과일, 곡물 같은 식물성 식품에는 섬유질(식이섬유)이 많아 배변 활동을 돕고 장을 편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 몸의 산화를 늦추는 항산화 성분도 고루 들어 있어 활력과 면역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식단 전체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경향이며, 특정 채소 하나가 수치를 바로 낮춘다는 뜻과는 별개다.

채소를 더하는 식단과 끊는 채식은 다르다

초록빛 밥상의 핵심은 식물성 음식을 “더하는” 데 있다. 육류나 유제품을 완전히 배제하는 엄격한 채식은 어르신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몸에는 여러 영양소가 골고루 필요한데, 특정 식품군을 아예 먹지 않으면 빠지는 영양소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 B12다. 주로 동물성 식품에 들어 있어 부족해지면 기억력이나 신경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철분이 모자라면 빈혈이 오기 쉽고, 유제품을 먹지 않으면 뼈 건강에 중요한 칼슘도 부족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근육을 지키려면 단백질이 꼭 필요하다. 고기가 아니어도 콩, 두부, 렌틸콩(납작한 모양의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지만, 양이 충분한지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조심해야 할 사람, 작게 시작하면 되는 사람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꾸준히 먹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어르신은 식단을 크게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몸 상태와 복용 중인 약에 따라 맞는 식단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별한 지병이 없는 어르신이라면 지금 밥상에 조금씩 더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한 끼에 시금치, 콩나물, 숙주나물, 버섯볶음 같은 나물 반찬을 하나 더 올리거나, 점심에 샐러드를, 저녁에 과일 한 조각을 곁들이는 식이다. 찌개에 두부를 넉넉히 넣고 콩밥을 짓거나 간식으로 견과류를 조금 먹는 것도 단백질을 보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색깔을 고루 갖추는 것도 방법이다. 빨간 토마토, 초록 브로콜리, 노란 파프리카, 보라색 가지처럼 색이 다른 채소와 과일에는 서로 다른 영양소가 들어 있다. 한 가지만 고집하기보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돌아가며 먹는 편이 영양 균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식단 바꾸기 전에 확인하고 물을 것

채소 위주로 식단을 꾸리고 싶다면 먼저 지금 먹는 약과 지병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진료 때 주치의에게 비타민 B12, 철분, 칼슘 가운데 부족해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영양제나 다른 식품으로 채워야 하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영양제를 새로 먹기로 했다면 복용 중인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식단 구성이 막막하다면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