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해 보이는 채소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물에 담그는 세척과 흐르는 물 헹굼, 손과 도마 관리는 서로 다른 단계다
손 씻기, 담가 헹구기, 도구 분리부터 차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텃밭에서 막 뜯어 온 상추나 시장에서 산 깻잎을 쌈으로 곁들이는 밥상은 어르신 가정에서 흔한 풍경이다. 채소를 분명 씻었는데도 먹고 난 뒤 배가 아프거나 속이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면 세척 방법을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물에 한 번 헹구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흔한 오해로, 씻는 순서와 손, 주방 도구 관리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익히지 않는 잎채소, 균이 남기 쉽다

겉보기에 싱싱한 채소라도 표면에 아주 작은 세균이 붙어 있을 수 있다. 특히 불에 익히지 않고 그대로 먹는 상추, 깻잎 같은 잎채소는 균을 없앨 단계가 세척 하나뿐이다. 이런 균이 몸에 들어가면 식중독(상한 음식이나 균에 오염된 음식으로 생기는 병)을 일으켜 배탈이나 설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균 말고도 채소에는 흙이나 소량의 농약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먹기 직전의 꼼꼼한 세척은 어르신의 식생활에서 작지만 중요한 습관으로 꼽힌다.

담가 두기와 흐르는 물 헹굼은 다르다

세척의 출발점은 채소가 아니라 손이다. 채소를 만지기 전 따뜻한 물과 비누로 30초 정도 문질러 씻고 흐르는 물에 헹구면, 손에 있던 균이 채소로 옮겨 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상추, 깻잎, 열무처럼 잎이 넓거나 주름이 많은 채소는 넓은 그릇에 물을 넉넉히 받아 5분가량 담가 두는 방법이 권장된다. 물속에서 잎을 살살 흔들면 붙어 있던 흙과 이물질이 떨어져 나온다. 그러나 담가 두는 과정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며, 이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다시 헹궈야 떨어져 나온 오염물이 잎에 다시 붙지 않는다.

채소 종류에 따라 손질법도 조금씩 다르다. 양배추나 알배추는 바깥에 노출되기 쉬운 겉잎 2~3장을 먼저 떼어 내고 씻는 편이 낫다. 대파, 양파, 마늘처럼 흙이 많이 묻은 채소는 흐르는 물에 흙을 문질러 털어 낸 뒤 안쪽까지 닦아야 하고, 대파는 시들었거나 가장 바깥에 있는 잎을 먼저 벗겨 내는 것이 좋다.

씻은 뒤 보관과 도마 관리도 세척의 일부

깨끗이 씻은 채소는 되도록 곧바로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바로 먹기 어렵다면 물기를 충분히 털어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2시간 안에 먹는 것이 권장된다. 물기 젖은 채소를 실온에 그냥 두면 덥고 습한 환경에서 균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주방 도구도 따로 살펴야 한다. 고기나 생선을 손질한 칼과 도마를 그대로 채소에 쓰면 날고기의 균이 채소로 옮겨 붙는 교차오염(한 식재료의 균이 도구나 손을 거쳐 다른 식재료로 옮겨 가는 것)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도구는 뜨거운 물이나 세제로 깨끗이 씻은 다음 채소 손질에 써야 한다.

누가 더 신경 써야 하나, 어디에 물어야 하나

쌈 채소나 생채소 무침을 자주 먹는 가정, 텃밭에서 흙 묻은 채소를 직접 거둬 오는 어르신은 위의 단계를 하나씩 확인해 볼 만하다. 반면 채소를 끓이거나 볶아 충분히 익혀 먹는 경우라면 생으로 먹을 때보다 균 걱정은 덜하지만, 손 씻기와 도마 관리는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세척 습관은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미 앓고 있는 병의 관리와는 별개다. 지병이 있거나 약을 꾸준히 먹는 어르신이 식단을 바꾸려 한다면 주치의나 약사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소를 먹은 뒤 설사나 복통이 계속되면 가까운 의원이나 보건소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