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원인이 과음에서 약물·담석 쪽으로 옮겨 가는 흐름
여러 병원 약과 건강기능식품, 급격한 체중 감량이 부담 요인
먹는 약 목록을 정리해 주치의·약사와 함께 점검할 필요

식사 뒤 윗배가 더부룩하고 쓰린 일은 나이가 들수록 잦아진다. 대부분은 가벼운 소화불량으로 넘기지만, 통증이 심하고 등 쪽으로 뻗친다면 췌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췌장염을 “술 많이 마시는 사람의 병”으로만 여기는 것은 흔한 오해다.

소화 효소와 혈당 호르몬 만드는 췌장, 염증 생기면 심한 윗배 통증

췌장은 배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장기로, 음식물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를 만들고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내보낸다. 이 장기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췌장염이라고 부른다.

대표 증상은 갑작스럽고 심한 윗배 통증이다. 메스꺼움과 구토가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통증이 등 쪽으로 퍼지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체기나 소화불량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과음 탓만은 아니다···약물과 담석도 원인

예전에는 과음으로 생기는 췌장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복용하는 약과 관련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로 전해진다. 특히 50~60대에서 많이 보고된다.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며 약을 처방받다 보면 같은 성분이 겹치거나 전체 복용량이 늘어 췌장에 부담이 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몸에 좋다고 챙겨 먹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다이어트 보조제도 예외는 아니다. 처방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담석(쓸개 안에 생기는 돌 같은 덩어리)이다. 담석이 췌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막으면 췌장염으로 번질 수 있다. 담석은 짧은 기간에 체중이 크게 줄거나 식사 시간이 들쭉날쭉할 때 생기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쓰이는 비만 치료 약 가운데도 체중을 빠르게 줄이는 과정에서 췌장염이나 담석증 위험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약을 먹는 것과 약이 문제인 것은 다르다

약 때문에 췌장염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 곧 지금 먹는 약을 끊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임의로 멈추면 원래 질환이 악화될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약을 줄이거나 바꾸는 일은 반드시 처방한 의사와 상의한 뒤에 정해야 한다.

주의가 더 필요한 사람은 여러 병원에서 약을 따로 받는 어르신, 건강기능식품이나 다이어트 보조제를 함께 먹는 사람, 최근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사람이다. 반면 가끔 생기는 가벼운 더부룩함이 금세 가라앉는다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같은 증상이 되풀이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약 목록 정리부터···증상 반복되면 바로 진료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 먹는 약을 모두 적어 두는 것이다. 병원 처방약뿐 아니라 약국에서 산 일반약, 비타민 같은 영양제, 건강기능식품까지 포함해야 한다. 진료를 받을 때마다 이 목록을 보여 주면 성분 중복이나 과다 복용을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체중 관리는 무리한 감량보다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몸 움직임으로 천천히 하는 편이 담석 예방에도 유리하다. 이유 없이 살이 많이 빠졌다면 그 사실 자체를 주치의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윗배가 심하게 아프면서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반복되면 소화불량으로 넘기지 말고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특히 새 약을 먹기 시작한 뒤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진료할 때 그 약 이름을 함께 말해야 한다. 복용 중인 약의 중복 여부가 궁금하다면 단골 약국 약사나 주치의에게 먼저 물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