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쓴 돈과 마음속 돈 걱정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꾸준한 만남과 상담 창구부터 챙겨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아프면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병원비와 간병비가 불어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인데도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입맛까지 잃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런 걱정을 단순히 성격이나 기분 문제로만 넘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쓴 돈보다 “모자랄 것 같다”는 압박이 더 컸다
최근 한 연구는 실제 지출 규모보다 앞으로 돈이 부족할 것 같다는 심리적 압박이 삶의 질과 더 깊이 관련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압박이 큰 사람일수록 불안감과 우울감도 커지는 경향이 보였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재정 독성”(치료비 부담과 그에 대한 걱정이 몸과 마음에 해를 끼치는 상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처럼 돈 걱정 자체가 마음 건강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붙은 말이다. 잠이 얕아지거나, 이유 없이 짜증이 늘거나, 매사에 의욕이 떨어졌다면 이런 걱정이 쌓여 있는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과 이어진 어르신은 걱정의 영향이 작았다
같은 연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사회적 관계다. 친구를 자주 만나고 동네 모임이나 활동에 꾸준히 나가는 어르신은 더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관계가 끊기고 홀로 지내는 어르신은 우울과 불안을 겪을 위험이 더 높았다.
특히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 가는 어르신은 돈 걱정이 있더라도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한다. 주변 사람이 마음의 충격을 받아 주는 완충 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이는 관찰된 결과로, 모임에 나가기만 하면 돈 걱정이 사라진다는 뜻과는 별개다. 경제적 어려움 자체는 따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고, 만남은 그 무게를 견디는 힘을 보태는 쪽에 가깝다.
작은 만남과 털어놓을 상대부터
거창한 약속이 아니어도 된다. 아침에 이웃과 눈인사를 나누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 가까운 친구와 차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정도로도 시작할 수 있다. 요일을 정해 함께 산책하는 식으로 만남을 정례화하면 꾸준히 이어 가기가 수월하다.
동네 복지관, 경로당, 문화센터도 활용할 만하다. 요리 교실, 건강 체조, 노래 교실, 스마트폰 배우기처럼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이 여러 곳에서 운영된다.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함께 배우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새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마음속 걱정을 털어놓을 상대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나 배우자, 오랜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짐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마땅히 털어놓을 사람이 없거나 말을 꺼내기 어렵다면 전문 상담을 받아 보는 방법도 있다.
지병이 있다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
약을 먹고 있거나 지병이 있는 어르신은 새로운 운동이나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불면이나 무기력이 몇 주씩 이어져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도 마찬가지다.
진료 때는 요즘 잠은 어떤지, 걱정 때문에 일상이 흔들리는지 솔직히 말하고 상담 기관을 소개받을 수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지역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동네 복지관에서도 상담과 모임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