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변화와 실제 기억력은 뇌의 연결망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배움, 움직임, 만남, 식사 습관부터 점검하고 걱정되면 주치의와 상의한다
열쇠를 어디 두었는지 잊거나 방금 하려던 일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이 잦아지면, 어르신 상당수는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품는다. 다만 깜빡하는 일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뇌가 무너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뇌에는 변화를 견디며 기능을 지켜내는 힘이 있다는 점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여든이 넘어도 기억력이 또렷한 사람들
최근 연구에서는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쉰 살 무렵과 비슷한 기억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관찰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들 가운데 일부의 뇌에서 치매와 관련된 변화가 이미 나타나 있었다는 점이다. 뇌 속 변화가 곧바로 기억력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인지 예비능”(뇌가 손상이나 변화를 견디며 기능을 유지하는 여유 능력)이다. 뇌의 신경 연결망은 복잡하게 얽힌 도로망에 비유된다. 한 길이 막혀도 돌아갈 길이 많으면 도시가 멈추지 않듯, 연결망이 풍부한 뇌는 일부에 문제가 생겨도 기억력을 지켜낼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런 힘이 강한 사람에게서 새로운 뇌세포가 더 활발히 만들어진다는 관찰도 있다.
뇌 속 변화와 기억력 저하는 다르다
여기서 구분할 점이 있다. 뇌 안에 치매 관련 변화가 생긴 것과 일상에서 기억력이 실제로 떨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이미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에만 매달리기보다, 앞으로 뇌의 버티는 힘을 어떻게 키울지에 관심을 두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이런 관찰이 생활 습관만으로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인지 예비능은 뇌가 버틸 여유를 넓혀 주는 개념이지, 질병 자체를 없애는 치료와는 다르다. 기억력 변화가 뚜렷하거나 빠르게 진행된다면 습관 관리와 별개로 진단이 필요하다.
배우고 움직이고 어울리는 생활이 바탕
뇌를 단련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뜨개질,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처럼 손을 쓰는 새 취미를 시작하거나 책과 신문에서 알게 된 내용을 가족에게 들려주는 일, 간단한 퍼즐이나 낱말 맞히기가 뇌에 자극을 줄 수 있다.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은 뇌로 가는 혈액 흐름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네 산책이나 집 안 스트레칭, 체조를 짧게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좋고, 운동 중 불편함이 느껴지면 멈추고 쉬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과의 교류도 중요하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통화, 경로당과 주민센터 프로그램 참여처럼 대화하고 웃는 시간은 외로움을 덜고 뇌를 움직이게 하는 자극이 될 수 있다.
식사는 채소와 과일, 통곡물을 중심으로 하고 등푸른 생선처럼 좋은 지방이 든 음식을 곁들이며, 설탕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줄이는 방향이 권장된다.
약을 먹는 어르신은 주치의와 먼저 상의
혈압약이나 당뇨약처럼 꾸준히 먹는 약이 있는 어르신은 식단을 바꾸기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먹는 음식이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절이나 심장에 지병이 있다면 운동의 종류와 강도도 주치의와 상의해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깜빡하는 일이 일상에 지장을 줄 만큼 늘었거나 가족이 변화를 먼저 알아챘다면 주치의나 가까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기억력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복용 중인 약과 음식의 관계는 단골 약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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