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가볍게 먹었는데도 아침 공복 혈당이 높게 나오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밤사이 간이 포도당을 만들고 호르몬이 바뀌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십자화과 채소를 꾸준히 곁들이되 약을 먹는다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전날 저녁을 간단히 마쳤는데 아침에 잰 혈당이 평소보다 높게 나오면 당혹스럽기 마련이다. 많은 어르신이 “어제 무엇을 잘못 먹었나”부터 되짚는다. 다만 아침 공복 혈당은 전날 저녁 식사량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어서, 적게 먹었다고 반드시 낮게 나오지는 않는다.

잠든 사이에도 간은 당을 만든다

사람의 몸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에너지를 쓴다. 이때 간은 저장해 둔 당을 꺼내 쓰거나 새로 포도당을 만들어 혈액으로 내보낸다. 밤사이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달라지면서 공복 혈당이 평소보다 높게 측정될 수 있다.

결국 저녁을 적게 먹은 날에도 간에서 만들어지는 포도당이 많으면 아침 수치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아침 혈당을 관리하려면 먹는 양뿐 아니라 밤사이 간의 당 생산을 어떻게 다스릴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설포라판, 브로콜리·케일·콜리플라워에 많다

여기서 주목받는 성분이 설포라판(십자화과 채소에 들어 있는 식물성 화합물)이다. 설포라판은 간에서 포도당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는 것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로콜리, 케일, 콜리플라워, 방울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배추과에 속하는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들 채소는 식이섬유도 많아 식사 뒤 혈당이 급하게 오르는 것을 늦추는 데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저녁 식탁에 꾸준히 올리면 밤사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채소가 혈당을 낮추는 약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식단으로 관리를 돕는 것과 치료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은 다르다. 채소를 챙겨 먹는다고 처방받은 약을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되며, 아침 혈당이 계속 높다면 원인을 의료진과 함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짧게 익히고 천천히 씹는 것이 관건

설포라판은 열에 약한 성분이다. 오래 삶거나 센 불에 볶으면 줄어들 수 있으므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살짝 찌거나 짧게 데치는 편이 낫다. 케일은 쌈으로 싸 먹거나 겉절이처럼 가볍게 무쳐 먹는 방법도 있다.

먹을 때는 충분히 씹는 것이 좋다. 씹는 과정에서 설포라판이 만들어지도록 돕는 효소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아가 약한 어르신이라면 조금 더 부드럽게 익히되 지나치게 오래 익히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

한 번에 많이 먹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녁마다 브로콜리나 케일 한 접시를 곁들이는 정도를 목표로 삼으면 부담 없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약을 먹는 어르신은 먼저 확인해야

혈당약을 먹고 있거나 다른 만성 질환으로 여러 약을 복용하는 어르신은 식단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어떤 채소가 몸에 맞는지, 하루에 얼마나 먹는 것이 적당한지는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진료를 받을 때는 아침 공복 혈당 기록과 전날 저녁 식단을 함께 가져가 보여 주면 상담에 도움이 된다. 약과 음식의 궁합이 궁금하다면 단골 약국의 약사에게 묻는 방법도 있고, 혈당 관리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서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