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경험이 노년의 뇌 구조와 관련 있다는 연구 소개
관찰된 연관성과 치료 효과는 별개의 문제
호르몬 치료는 주치의와 상의하고 일상 습관부터 점검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은 많은 어르신이 공통으로 품는 마음이다. 최근 젊은 시절의 여성 호르몬 경험이 노년의 뇌 구조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면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이 결과를 두고 “호르몬제를 먹으면 뇌가 좋아진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피임약·폐경기 호르몬 치료 경험과 기억 관련 뇌 부위

소개된 연구는 젊을 때 경구 피임약을 쓴 적이 있거나, 폐경기에 호르몬 치료(여성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받은 여성을 살폈다. 그 결과 이들에게서 기억력과 관련된 뇌 부위가 상대적으로 더 잘 보존된 경향이 관찰됐다고 한다.

학자들은 그 배경으로 여성 호르몬이 뇌의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튼튼하게 하는 데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다만 이는 가능한 설명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며, 구체적인 기전이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관련이 있다”와 “효과가 있다”는 다르다

이번 결과는 호르몬 경험과 뇌 구조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데 그친다. 피임약이나 호르몬 치료가 뇌 건강을 직접 좋게 만든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호르몬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생활 습관이나 건강 상태 등 다른 조건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그 영향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

사람마다 건강 상태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를 개인의 치료 결정으로 곧바로 옮기기에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경험은 바꿀 수 없으므로, 지금부터 실천할 수 있는 습관에 눈을 돌리는 편이 현실적이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뇌 건강 습관

뇌는 나이가 들어서도 쓰는 만큼 변할 수 있는 유연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몸을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뇌에도 산소와 영양분이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다. 하루 30분 정도의 가벼운 걷기나 동네 산책, 집에서 하는 맨손 체조와 스트레칭으로도 충분하며, 춤이나 요가처럼 몸과 마음을 함께 쓰는 활동은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머리를 쓰는 활동도 뇌에 자극이 된다. 독서와 신문 읽기, 십자말풀이나 스도쿠 같은 퍼즐, 친구들과 즐기는 화투나 보드게임, 악기 연주와 그림 그리기, 손으로 하는 공예 등 어르신이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활동이면 무엇이든 좋다.

식사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곁들이고, 현미나 보리 같은 통곡물 위주로 하는 것이 권장된다. 고등어와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 견과류에 많은 불포화지방산(몸에 이로운 지방)은 뇌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겁게 먹으면 혈압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설탕이 많거나 기름진 음식은 줄이는 편이 바람직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대화하며 생각을 나누고 함께 웃는 과정 자체가 뇌에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경로당이나 복지관 프로그램, 정기적인 친구 모임, 가족이나 손주와의 잦은 대화는 외로움을 덜어 주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호르몬 치료를 고민한다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

이번 연구 소식을 계기로 호르몬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라면 혼자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호르몬 치료는 유방암이나 혈전(핏덩이) 같은 위험 요소와 함께 현재 건강 상태, 과거 병력, 복용 중인 약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하는 치료다.

특히 지병이 있거나 여러 약을 함께 먹고 있는 어르신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진료 때 주치의에게 호르몬 치료가 자신에게 맞는지, 지금 먹는 약과 함께 써도 되는지를 물어보고, 약에 관한 궁금증은 약사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기억력 변화가 걱정된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과 검사를 받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