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면 뇌 건강부터 걱정하는 어르신이 많다
청력 저하, 혈압·혈당 관리, 사람과의 교류가 함께 얽혀 있다
이비인후과 청력 검사와 주치의 상담으로 생활 습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화 중에 자꾸 “뭐라고” 되묻게 되고, 방금 한 일을 깜빡 잊는 날이 늘면 어르신들은 기억력부터 의심한다. 그런데 뇌 건강은 머리 속 문제만이 아니라 귀, 혈관, 사람과의 만남 같은 생활 전반과 이어져 있다. 다만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일상에서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은 흔히 간과된다.

귀가 어두워지면 대화도, 뇌 활동도 줄어든다

잘 들리지 않는 것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소리가 잘 안 들리면 가족이나 친구와 말을 나누기 어려워지고, 모임이나 바깥 활동에서도 점점 멀어지기 쉽다.

이렇게 사람과 어울리는 기회가 줄면 뇌가 자극을 받을 일도 함께 줄어 생각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귀는 바깥 세상의 정보를 뇌로 이어 주는 통로인 셈이어서, 청력을 챙기는 일이 곧 뇌를 부지런히 쓰게 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보청기(소리를 키워 귀에 전달하는 기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보청기는 소리를 크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가 소리를 알아듣고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 대화에 다시 끼어들고 세상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복용 중인 약 가운데 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혈압·혈당 관리와 뇌 건강은 따로가 아니다

몸 상태도 뇌에 깊이 영향을 준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어르신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혈압과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뇌로 가는 혈관에 부담이 쌓여 오랜 기간에 걸쳐 뇌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리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집 근처 산책, 공원 걷기, 계단 오르기, 가벼운 체조처럼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움직임을 꾸준히 이어 가는 것이 핵심이다. 식단은 짜고 단 음식을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을 넉넉히 먹는 쪽이 권장된다. 이미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먹고 있다면 운동과 식단만 믿고 약을 거르는 것과 꾸준한 관리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만나고 새로 배우는 일도 뇌를 깨운다

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과 어울릴 때 더 활발히 움직인다. 친구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거나 함께 취미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뇌에 자극이 되고 기분도 나아질 수 있다.

손을 많이 쓰는 공예, 악기 연주, 글쓰기, 동화책 읽기처럼 흥미를 느끼는 활동이라면 종류는 크게 상관없다. 결과물보다 배우는 과정 자체가 뇌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울하거나 의욕이 떨어지는 상태가 이어진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마음 건강 역시 뇌 건강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점검해야 하나

대화할 때 되묻는 일이 늘었거나 텔레비전 소리를 점점 키우게 된 어르신, 고혈압·당뇨병으로 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 바깥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어르신이라면 우선 점검 대상이다. 반면 깜빡하는 일이 가끔 있는 정도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 생활 습관을 하나씩 다듬는 것으로 시작해도 된다.

점검은 이비인후과에서 정기적으로 청력을 확인하고, 보청기가 필요한지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부터 할 수 있다. 먹고 있는 약이 귀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는 약사에게 물어볼 수 있고, 혈압·혈당 수치는 주치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분 저하가 길어진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