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숙취와는 별개로 기억을 만드는 뇌 부위가 술에 방해받은 결과
음주량과 횟수를 줄이고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먼저 주치의와 상의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어떻게 귀가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말하는 이 현상을 많은 사람이 과음 뒤에 따라오는 가벼운 해프닝쯤으로 여긴다. 다만 기억이 끊기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이는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뇌 건강을 돌아봐야 할 신호일 수 있다.
기억을 만드는 해마가 술에 잠시 멈춘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블랙아웃”이라고 부른다. 알코올이 뇌 속 해마(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데 관여하는 부위)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면서 일정 시간 동안의 일이 기억으로 남지 않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동안 대화를 나누고 걸어서 집에 돌아왔더라도, 그 과정이 기억 저장 단계에서 빠져 버린다.
즉 블랙아웃은 잠이 들거나 의식을 잃는 것과는 다르다. 겉으로는 평소처럼 행동했더라도 뇌는 그 시간의 기록을 남기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도 당사자의 기억이 끊긴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번의 끊김과 반복되는 끊김은 다르다
기억 끊김이 잦아지면 뇌세포가 손상될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원문의 설명이다. 심한 경우 알코올성 치매(오랜 과음으로 뇌 기능이 떨어지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비교적 젊은 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일반적인 치매보다 진행이 빠르다는 이야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과음의 부담은 뇌에만 머물지 않는다. 간에 지방이 쌓이는 알코올성 지방간처럼 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블랙아웃을 한 번 겪었다고 곧바로 치매나 간 질환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며, 문제는 그런 음주가 습관처럼 반복되는 경우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이라면 기준을 더 낮게 잡아야
가장 안전한 선택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남성 소주 5잔, 여성 2.5잔 정도를 적정량으로 제시한다는 설명도 있지만, 어르신은 이보다 훨씬 적게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편이 낫다. 피하기 어려운 자리라면 한두 잔 정도로 그치고, 물을 번갈아 마시며 천천히 마시는 것이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빈속에 마시는 술은 피하고 식사를 한 뒤 마시는 것이 좋다. 안주는 기름지거나 짠 음식보다 채소, 과일처럼 수분과 비타민이 많은 것을 곁들이는 편이 낫다. 술을 마시는 날 사이에는 뇌와 간이 회복할 시간을 두어야 하며, 일주일에 2~3일 이상은 술을 마시지 않는 날로 정하고 술자리 사이에 3~5일 정도 간격을 두는 방법이 권해진다.
특히 여러 가지 약을 꾸준히 먹는 어르신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술은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술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기억이 끊겼다면 먼저 확인할 것
최근 술자리 뒤 기억이 끊긴 적이 있는지,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되풀이됐는지부터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 보기에 술을 마신 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전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면 이를 기록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술을 마셔도 되는지, 마신다면 어느 정도까지 괜찮은지 주치의나 약사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술을 피하라는 말을 들었다면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기억 끊김이 잦거나 술을 줄이기 어렵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절주 상담을 받아 보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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