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성분이라도 양이 넘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먹는 것을 모두 적어 주치의·약사와 함께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침 식사 뒤 혈압약을 먹고, 이어서 종합비타민과 오메가3를 챙기고, 오후에는 지인이 권한 건강즙 한 봉지를 마시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몸에 좋다는 것을 꾸준히 챙기는 습관은 그 자체로 건강을 위한 노력이다. 다만 “좋은 것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오해일 수 있고, 겹쳐 먹는 양이 늘수록 간이 떠안는 일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먹는 것은 모두 간을 거친다
간은 음식뿐 아니라 약과 영양제, 약초 달인 물 같은 것까지 몸이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는 장기다. 하루 내내 쉬지 않고 일하는 셈이어서, 처리할 양이 갑자기 늘면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이미 처방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이라면 영양제 성분이 더해지면서 간이 할 일이 한층 많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영양제를 한꺼번에 먹거나 건강즙, 약초 달인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이 간에 생각보다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간에 무리가 쌓이면 피부나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간 기능 이상으로 몸에 노란 색소가 쌓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좋은 성분과 알맞은 양은 다르다
비타민처럼 익숙한 성분도 예외는 아니다. 비타민 A나 비타민 B3(나이아신)는 많은 양을 오래 먹으면 간에 좋지 않을 수 있고, 비타민 B6은 지나치면 손발 저림 같은 신경 증상과 관련될 수 있다. 성분이 몸에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 성분을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제는 겹치기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데 있다. 종합비타민을 먹으면서 비타민 B군 제품을 따로 챙기고, 피로회복제나 에너지 음료까지 마시면 같은 성분을 여러 경로로 거듭 먹게 될 수 있다. 제품마다 이름은 달라도 들어 있는 성분이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관 상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혈관 건강을 위해 많이 찾는 오메가3는 생선에서 얻은 기름 성분이어서 열과 산소에 약하고, 오래 두면 변질될 수 있다. 만든 지 얼마 안 된 제품인지, 낱개로 포장돼 있는지 확인하고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는 편이 낫다.
더 살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으로 여러 처방약을 꾸준히 먹는 어르신, 영양제를 세 가지 이상 함께 먹는 어르신, 건강즙이나 약초 달인 물을 습관처럼 마시는 어르신은 한 번쯤 전체 목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간 질환 진단을 받았거나 간 수치가 높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반대로 의사와 상의해 꼭 필요한 영양제 한두 가지만 정해진 양대로 먹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 수 있다. 영양제를 무조건 끊으라는 뜻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알맞게 고르자는 것이 핵심이다.
목록을 적어 주치의·약사에게 묻는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먹고 있는 것을 빠짐없이 적는 것이다. 처방약은 물론 영양제, 건강즙, 건강차까지 이름과 성분, 먹는 양을 한 장에 정리해 두면 된다. 제품 상자나 설명서를 사진으로 찍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기록을 병원 진료 때 주치의에게 보여주고 “지금 먹는 약과 영양제가 서로 부딪히지 않는지”, “간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를 묻는 것이 안전하다. 가까운 약국의 약사에게 성분이 겹치는지 확인을 부탁할 수도 있다. 몸이 쉽게 피곤하거나 눈 흰자위가 노래지는 등 평소와 다른 변화가 보이면 영양제를 더 늘리기보다 먼저 병원을 찾아 간 기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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