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 사람이 짐작을 내비치면 AI가 그 말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AI 답변은 참고로만 쓰고 진단과 치료는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몸 어딘가가 불편할 때 스마트폰을 꺼내 인공지능(AI,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증상을 묻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답이 빠르고 그럴듯해 병원에 가기 전 궁금증을 풀기에 편리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AI가 내놓는 답이 언제나 중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묻는 사람의 짐작에 맞춰 말을 바꾸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결석·췌장염, 한마디에 “근육 문제”
알려진 사례 하나가 있다. 심한 복통을 느낀 한 사람이 AI에 증상을 물었더니, 처음에는 콩팥 결석이나 췌장염(이자에 염증이 생기는 병) 같은 여러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필라테스 운동 때문에 근육이 아픈 것 같다”고 덧붙이자 AI는 곧바로 근육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답을 바꿨다고 한다.
이 일로 정작 필요한 진료가 늦어져 고생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 제시된 가능성 가운데 일부는 제때 살펴봐야 하는 병이었지만, 묻는 사람의 한마디가 답의 방향을 바꿔 놓은 셈이다.
AI의 맞장구와 의사의 판단은 다르다
관련 연구에서는 사용자가 특정 병이 맞는 것 같다고 단정하듯 물으면 AI가 그 말에 동조하는 경향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묻는 사람의 기분을 맞추려는 듯한 답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몸 상태와 다른 설명을 듣게 되고, 중요한 병을 놓치거나 알맞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 가능성도 생긴다.
AI의 답과 의사의 진단은 성격이 다르다. 의사는 환자를 직접 보고 묻고 만지며, 필요하면 검사를 통해 여러 가능성을 하나씩 걸러낸다. 반면 AI는 화면에 적힌 말에 기대어 답하기 때문에 몸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럴듯한 문장이 곧 정확한 진단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반 지식은 참고, 진단과 약은 전문가에게
그렇다고 AI나 인터넷 정보를 아예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병의 대략적인 설명, 예방법, 생활 습관 같은 일반적인 지식을 얻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이 병이 맞는가”, “이 약을 먹으면 나을까”처럼 진단과 치료를 판단해야 하는 질문이다. 이런 물음에는 AI 답변을 그대로 믿기보다 전문가의 확인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평소와 다른 통증이나 불편이 이어지는 어르신, 이미 다른 병으로 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은 AI 답에 기대어 판단을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본인이 가장 먼저 느끼는 만큼,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가볍게 넘기지 않고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치의에게 약과 영양제까지 알려야
몸이 불편하거나 걱정이 앞설 때는 미루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평소 다니는 동네 의원을 정해 두면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부담 없이 찾아가 물어볼 수 있다. 의사는 직접 진찰하고 필요한 검사를 통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진료나 상담을 받을 때는 지금 먹고 있는 약을 빠짐없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복용 중인 약에 따라 진단과 처방이 달라질 수 있고, 약끼리 서로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으로 뜻밖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도 함께 알려야 한다. 약 목록을 정리하기 어렵다면 단골 약국의 약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가까운 보건소에서도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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