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오이를 베어 물었다가 쓴맛에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쓴맛은 오이가 스스로 만드는 방어 성분 때문이며 상한 것과는 별개다
꼭지를 넉넉히 잘라 내고 고를 때 단단함과 색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더운 날 냉장고에서 꺼낸 오이를 한입 베어 물었는데 입안 가득 쓴맛이 퍼지면, 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들기 마련이다. 겉보기에는 싱싱한데 맛만 이상하니 그대로 먹어도 되는지 망설이는 어르신도 많다. 다만 오이의 쓴맛은 대부분 상했다는 신호가 아니라 오이가 자라면서 만든 성분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쓴맛의 정체는 오이가 만든 방어 성분

오이의 쓴맛을 내는 것은 쿠쿠르비타신(오이·호박 같은 박과 채소가 만드는 쓴맛 성분)이다. 이 성분은 벌레나 동물이 오이를 갉아 먹지 못하도록 막는 일종의 방어 물질 역할을 한다. 특히 꼭지 쪽에 많이 몰려 있어 같은 오이라도 꼭지 가까운 부분이 유난히 쓰게 느껴질 수 있다.

쿠쿠르비타신은 오이가 자라는 환경이 힘들 때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날씨가 지나치게 덥거나 햇볕이 강할 때, 물이 모자랄 때처럼 오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쓴맛이 강해질 수 있다. 여름철에 유독 쓴 오이를 자주 만나는 것도 이런 까닭으로 볼 수 있다.

쓴 오이와 상한 오이는 다르다

농촌진흥청은 이 성분이 늘어나 쓴맛이 강해지더라도 먹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즉 쓴맛 자체는 신선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오이는 수분이 많아 더운 날 갈증을 덜어 주고 비타민 C와 칼륨도 들어 있어 여름 반찬으로 쓰임새가 넓다.

반대로 상했거나 신선도가 떨어진 오이는 맛보다 겉모습에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손으로 눌렀을 때 물컹하게 무르거나 껍질 색이 누렇게 변했다면 오래된 오이일 수 있어 피하는 편이 낫다. 쓴맛만으로 버릴지 말지를 판단하기보다 단단함과 색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쓴맛을 줄이는 손질과 고르는 법

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꼭지 부분을 평소보다 넉넉하게 잘라 내는 것만으로도 맛이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다. 쓴맛 성분이 꼭지 주변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소금에 살짝 절이거나 식초, 설탕을 넣어 무치면 쓴맛이 덜 느껴지고, 오이냉국이나 오이무침처럼 익숙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다.

처음 장을 볼 때부터 고르는 눈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굵기가 고르고 단단하며 심하게 휘지 않고 탄력이 느껴지는 오이가 좋은 편이다. 너무 큰 오이보다는 알맞은 크기가 씨가 적고 아삭한 식감도 살아 있는 경우가 많다.

지병이나 복용 약이 있다면 먼저 물어봐야

대부분의 어르신에게 쓴 오이는 손질만 잘하면 걱정할 거리가 아니다. 다만 지병이 있거나 꾸준히 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이라면 식단을 크게 바꾸기 전에 건강 상태에 따라 주의할 점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절임이나 무침에 소금과 설탕을 많이 쓰는 것도 혈압이나 혈당 관리 중인 경우에는 따져 볼 대목이다.

오이를 먹은 뒤 평소와 다른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무리해서 먹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용 중인 약과 음식 사이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가까운 약국의 약사나 보건소에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