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8시간을 못 채웠다며 걱정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필요한 잠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고 시간과 개운함은 별개다
아침 몸 상태와 낮 졸음을 살피고 불편이 이어지면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하루 7~8시간은 자야 건강하다”는 말은 오랫동안 상식처럼 퍼져 있었다. 그래서 밤에 몇 번 깨거나 6시간 남짓 자고 일어난 날이면 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르신도 많다. 다만 최근 소개된 한 대규모 관찰 연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맞는 수면 시간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오해일 수 있다고 짚는다.

27만 명 넘는 수면 기록이 보여준 것

이 연구는 사람들이 몸에 차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27만 명이 넘는 사람의 잠자는 시간을 오랜 기간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를 보면 사람마다 개운함을 느끼는 수면 시간이 꽤 달랐다. 어떤 사람은 6시간만 자도 하루를 거뜬히 보냈고, 어떤 사람은 9시간 가까이 자야 몸이 가볍다고 느낄 수 있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도 있다. 이 연구에서는 60대의 평균 수면 시간이 40대보다 오히려 길게 나타났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는 통념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나이만으로 잠의 양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잠의 길이와 잠의 질은 다르다

이 결과를 “얼마나 자든 상관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이 연구는 사람들의 수면 습관을 관찰한 것이어서, 특정 시간을 자면 건강해진다거나 덜 자도 괜찮다는 인과 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또 스마트 기기로 잰 수면 시간은 실제 잠든 시간과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시계의 숫자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함께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이 가볍고, 낮 동안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그 정도가 자신에게 맞는 잠의 양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시간은 충분히 잤는데도 늘 피곤하다면 잠의 질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숫자 걱정을 덜어도 되는 사람, 살펴봐야 할 사람

남들보다 잠이 조금 짧거나 길더라도 아침에 개운하고 낮에 활기가 있는 어르신이라면 시간을 억지로 맞추려 애쓸 필요는 크지 않다. 오히려 “몇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잠드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반면 낮에 졸음이 자주 쏟아지거나 몸이 계속 무겁다면 밤잠 시간을 조금 늘려 보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생활 습관도 함께 점검할 수 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 주말에 지나치게 늦잠을 자지 않는 것은 몸의 리듬(생체 리듬, 하루 주기로 움직이는 몸의 시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서늘하게 두고, 잠들기 전에는 밝은 빛이 나오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멀리하는 편이 좋다. 따뜻한 물로 씻거나 가벼운 책을 읽는 것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낮 시간 활동도 밤잠과 이어진다.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같은 적당한 움직임은 잠을 깊게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다만 잠들기 3~4시간 전의 무리한 운동이나 과식은 피하고, 저녁 이후에는 커피나 차처럼 잠을 방해할 수 있는 음료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편이 이어지면 주치의와 약사에게

습관을 바꿔 봐도 잠 때문에 불편이 계속되거나 걱정이 크다면 혼자 버티기보다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평소 먹는 약이 있는 어르신은 약이 잠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므로, 진료 때 복용 중인 약 목록을 챙겨 가서 수면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약국에서도 약사에게 복용 시간이나 성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진료 전에는 며칠 동안 잠자리에 든 시각, 일어난 시각, 낮 졸음 정도를 간단히 적어 두면 상담에 도움이 된다. 가까운 보건소의 건강 상담 창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