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을 쌓는 생활 습관과 기억력 저하 진단은 다른 문제다
건망증이 걱정되면 주치의나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먼저 묻는다
젊은 시절 전쟁통에 목숨을 구해 준 마을 사람들을 생의 마지막 무렵까지 또렷이 기억했다는 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른 일들은 하나둘 희미해지는 가운데서도 그 고마움만은 끝까지 생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일화를 두고 “좋은 추억만 많이 만들면 기억력이 지켜진다”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뇌는 감정이 실린 경험을 더 오래 붙잡는다
사람의 뇌는 겪은 일을 똑같은 무게로 저장하지 않는다. 생존이 걸렸던 순간이나 크게 기뻤던 일, 깊이 고마웠던 일처럼 강한 감정이나 중요한 의미가 얽힌 경험은 더 단단하게 남는 경향이 있다. 평범한 하루의 일과는 쉽게 잊히는데 수십 년 전 특별한 장면은 선명하게 떠오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어르신의 삶에서 감사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단순한 옛일이 아니라 마음을 지탱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거나 가족과 옛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시간은 그 기억을 다시 꺼내 다듬는 과정이기도 하다.
좋은 기억 쌓기와 기억력 치료는 다르다
감정이 담긴 경험이 오래 남는다는 사실과 이런 활동이 기억력 저하를 막거나 고친다는 주장은 별개다. 원문이 소개한 일화는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 특정 생활 습관의 효과를 따져 본 결과가 아니다. 즐거운 경험을 늘리는 일은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해 볼 만한 일은 어렵지 않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산책하며 고마움을 말로 전하는 일, 궁금했던 취미를 시작하거나 가까운 공원에 나들이를 가는 일, 봉사활동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렇다. 햇볕 아래 마시는 차 한 잔이나 좋아하는 음악, 꽃을 바라보는 순간처럼 작은 장면도 눈과 귀, 코와 혀, 피부의 감각을 함께 쓰며 느끼면 더 선명하게 남을 수 있다.
누구에게 맞고 누가 먼저 상담해야 하나
사람을 만나고 바깥 활동을 늘리는 일은 대부분의 어르신에게 부담 없이 권할 만하다. 그러나 지병이 있거나 여러 약을 함께 먹는 어르신은 활동량이 크게 늘어나는 나들이나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몸 상태에 따라 무리가 될 수 있는 활동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같은 말을 되풀이하거나 약속, 물건 둔 곳을 자주 잊는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런 변화는 추억 만들기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 신호일 수 있다.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걱정되면 먼저 확인하고 물을 것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 언제부터, 어떤 일을 잊는지 가족과 함께 적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기록을 들고 주치의를 찾으면 상담이 한결 수월해진다. 지금 먹는 약이 기억이나 집중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약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가까운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는 기억력 검사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좋은 기억을 쌓는 생활은 그대로 이어 가되, 걱정되는 변화가 보이면 미루지 말고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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