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먹던 혈압약으로도 입술과 얼굴이 갑자기 부을 수 있다
단순 알레르기와 달리 일부 혈압약이 원인인 혈관부종일 수 있다
부기가 목까지 번지면 바로 응급실, 약은 임의로 끊지 않는다

10년 넘게 같은 혈압약을 먹어 온 한 어르신이 어느 날 아침 입술이 부은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자다가 입술을 깨문 정도로 여겼지만 부기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응급실을 찾게 됐다. 다만 많은 사람이 “오래 먹어 탈이 없던 약이니 약 때문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복용 기간이 길다고 부작용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피부 아래에 물이 차는 혈관부종

이처럼 얼굴, 입술, 혀, 눈꺼풀 등이 갑자기 붓는 증상을 의학적으로 혈관부종(피부 깊은 곳의 조직에 물이 갑자기 차오르는 현상)이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벌레에 물렸거나 음식 알레르기가 생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혈압약 가운데 ACE 억제제(혈압을 올리는 몸속 물질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막는 계열의 약)는 몸의 물질 대사 과정에 영향을 주어 이런 부종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복용을 시작한 직후뿐 아니라 수개월, 길게는 10년이 넘게 지난 뒤에도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알레르기와 약 부작용은 다르다

갑자기 얼굴이 부으면 흔히 먹은 음식이나 화장품부터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약으로 생긴 혈관부종은 새로 접한 것이 없는데도 생길 수 있어 원인을 놓치기 쉽다. 같은 부기라도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부기가 입 안이나 혀, 목까지 번질 때다. 숨길이 좁아져 숨쉬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변하거나 침을 삼키기 힘들거나 숨이 가빠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해당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혈압약을 먹는 모든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혈압약에는 여러 계열이 있고, 이런 부작용과 관련해 주의 대상으로 꼽히는 것은 ACE 억제제 계열이다. 따라서 혈압약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어떤 계열의 약을 먹고 있는지는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약 이름은 약 봉투나 처방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름만으로 계열을 알기 어렵다면 약을 지어 준 약국이나 처방한 병원에 묻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약은 끊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해야

부기가 약 때문이라고 짐작되더라도 스스로 약을 끊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다. 혈압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혈압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을 바꿀지, 어떤 약으로 바꿀지는 주치의가 판단할 문제다.

병원에 갈 때는 지금 먹는 모든 약의 이름과 용량을 적어 가거나 약 봉투를 그대로 챙겨 가면 의료진이 원인 약을 빨리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된다. 혈압약 외에 다른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먹고 있다면 그것도 알려야 한다.

얼굴이나 입술, 혀가 이유 없이 부었다면 먼저 주치의에게 연락하고, 숨쉬기가 불편하면 곧바로 가까운 응급실을 찾는다. 복용 중인 혈압약의 계열이 궁금하다면 단골 약사나 처방 병원에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