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어르신과 노쇠한 어르신은 병원 이용 방식에 따른 결과가 달랐다
여러 곳을 다닌다면 주치의에게 진료·약 내역을 알리는 일부터 확인
건강을 지키려면 한 병원에 주치의를 두고 꾸준히 다니는 것이 좋다는 말은 오래된 상식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서 몸이 약해진 어르신의 경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결과를 “병원을 자주 옮겨 다니는 편이 낫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다.
어르신 10명 중 6명 이상이 노쇠 상태
노쇠(나이가 들며 근력과 체력이 줄어 작은 충격에도 건강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상태)는 쉽게 지치고, 여기저기 쑤시고, 기운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어르신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런 노쇠 상태에 해당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어르신의 노쇠 정도에 따라 병원 이용 방식과 사망 위험의 관계를 살폈다. 몸이 건강한 어르신은 한 병원을 꾸준히 다니는 쪽이 더 좋은 결과와 연결됐다. 반면 중등도 노쇠군(노쇠가 중간 정도로 진행된 어르신)은 여러 병원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는 쪽이 사망 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것과 떠도는 것은 다르다
이 결과는 경향을 관찰한 것으로, 병원을 여러 곳 다니는 일 자체가 수명을 늘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노쇠가 진행되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여러 곳이 동시에 불편해질 수 있고, 그만큼 각 분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무릎 통증은 정형외과, 소화 불량은 소화기내과처럼 증상에 맞는 진료과를 찾아가는 일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뚜렷한 이유 없이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것은 이와는 별개다. 진료 기록이 흩어지고 같은 검사를 되풀이하게 될 수 있으며, 전체 건강 상태를 한눈에 보는 사람이 없어질 우려도 있다. 핵심은 병원의 수가 아니라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고 그 내용이 한곳으로 모이는지에 있다.
누구에게 해당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
기운이 눈에 띄게 줄고, 쉽게 피곤해지고, 아픈 곳이 늘어난 어르신이라면 몸의 변화를 가볍게 넘기지 않고 필요한 진료과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아직 건강한 편인 어르신은 믿을 만한 주치의 한 곳을 정해 꾸준히 관리받는 방식이 여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주치의와 상의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병원을 다닐 때 가장 주의할 부분은 약이다. 병원마다 따로 처방을 받다 보면 같은 성분의 약이 겹치거나 약끼리 서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새 약을 처방받을 때마다 지금 먹는 약의 이름과 용량을 정확히 알리고, 평소 복용 약 목록을 작은 수첩에 적어 들고 다니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주치의를 지휘자로, 진료 내역은 한곳에
여러 진료과를 다니더라도 어떤 진료를 받았고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주치의에게 알리고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여러 악기의 소리를 맞추듯, 주치의가 전체 상태를 파악해야 각 진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진료실에서는 “이 약은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어떤 증상이 생기면 다시 와야 하는지”처럼 작은 궁금증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묻는 것이 좋다. 약이 여러 가지라면 단골 약국의 약사에게 겹치는 성분이 없는지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노쇠 여부나 건강 상태가 걱정된다면 주치의나 가까운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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