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과 거리가 먼 어르신도 엄지발가락이 휘는 일이 적지 않다
집안 내력과 평발, 만성 질환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맞는 신발부터 고르고 통증이 있으면 진료를 받는 것이 순서다

걸을 때마다 엄지발가락 옆이 신발에 닿아 쓰리다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평생 굽 높은 구두를 신어 본 적이 없는데 왜 발가락이 휘었는지 의아해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엄지발가락 변형이 하이힐 때문에만 생긴다는 생각은 흔한 오해에 가깝다.

타고난 발 모양이 변형에 큰 영향을 준다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엄지 뿌리 관절이 튀어나오는 변형)은 좁고 높은 신발과 함께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이 변형은 타고난 발의 생김새, 곧 집안 내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나 친척 가운데 같은 변형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발 구조가 비슷해 더 쉽게 생길 수 있다.

발바닥 아치가 낮은 평발이거나 발 관절이 유난히 유연한 사람도 걸을 때 발 앞쪽에 힘이 몰리면서 변형이 생기기 쉽다. 젊은 시절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오래 신은 습관, 류마티스 관절염(면역 이상으로 여러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도 발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발 탓과 체질 탓은 다르다

신발은 원인 가운데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고 안심할 일도, 변형이 생겼다고 과거의 신발만 탓할 일도 아니다. 발 모양과 질환, 생활 습관이 겹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생활 속 관리로 할 수 있는 일은 발볼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을 고르는 것이다. 발가락이 신발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튀어나온 엄지 옆부분이 눌리지 않아야 한다. 하루 중 발이 조금 붓는 저녁 무렵에 신어 보고 사면 실제 크기에 더 가깝게 고를 수 있다.

외출 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부드럽게 주무르거나 발가락을 펴 주는 스트레칭은 피로를 덜고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관리는 불편을 줄이는 방법이지 이미 휜 뼈를 되돌리는 치료와는 별개다.

깔창이 필요한 사람과 더 조심해야 할 사람

평발이거나 아치가 무너져 조금만 걸어도 발이 쉽게 지치는 어르신은 발 모양에 맞춰 만든 깔창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깔창이 맞는지는 사람마다 달라 시중 제품을 임의로 고르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해 정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이 있거나 다른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은 발에 생긴 작은 문제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발 감각이 둔해지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을 수 있어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반면 통증 없이 가벼운 피로만 느끼는 경우라면 신발과 생활 습관 점검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통증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진료부터

걸을 때 발이 아프거나 발가락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띈다면 정형외과나 주치의를 찾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진료 때는 가족 가운데 비슷한 변형이 있었는지, 앓고 있는 만성 질환과 복용 중인 약은 무엇인지, 언제부터 어느 부위가 불편했는지를 함께 알리면 도움이 된다.

초기에 관리를 시작하면 더 큰 불편을 막을 수 있다. 맞는 신발과 깔창 선택은 주치의와 상의하고, 당뇨병이 있는 어르신은 정기 진료 때 발 상태도 함께 봐 달라고 요청해 볼 필요가 있다. 가까운 보건소의 건강 상담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